영국 채식 한식(김밥, 비빔밥, 잡채, 죽)
안녕하세요. 영국 7년 거주, 한국 음식을 제일 많이 먹었던 브리스톨 언니에요. 😉
오늘은 다시 음식 이야기로 돌아왔어요. 예전에 블로그에 "유럽 채식주의자가 뽑은 한국 음식 베스트 5"라는 글과 "한국 대표 음식, 왜 비빔밥일까?"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둘 다 10년도 더 된 글이에요. 그때는 런던 템즈 축제에서 CJ 비비고가 500인분 비빔밥을 무료 시식하며 한식을 알리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2026년 지금, 영국 슈퍼마켓에 가보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있어요. 비비고 만두가 Tesco, Sainsbury's, Asda 진열대에 올라가 있고, 고추장이 양념 코너에 자연스럽게 꽂혀 있습니다. 무료로 나눠줘야 겨우 맛보던 한국 음식이, 이제는 영국인들이 스스로 장바구니에 담는 시대가 된 거예요.
K-Food의 영국 진출과 영국 채식 열풍이 만나는 지점에서, 한국 음식의 가능성은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은 10년 전 아일랜드 친구가 뽑아준 베스트 5를 2026년 시점에서 다시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1. 김밥, 영국인이 빠진 단무지의 맛
10년 전 아일랜드 채식주의자 친구가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 한국 음식 1위가 바로 계란 지단과 단무지를 많이 넣은 김밥이었어요.
영국인들은 일반적으로 김(seaweed)에 익숙하지 않지만, 한번 맛보면 의외로 거부감이 적어요. 특히 단무지의 새콤달콤한 맛에 빠지는 유럽인들이 많더라고요. 이 맛의 비밀은 피클링(Pickling)이라는 조리법에 있습니다. 피클링이란 식초나 소금물에 식재료를 절여 보존하는 기법으로, 유럽에도 오이 피클, 사우어크라우트 등 오랜 전통이 있어요. 단무지의 새콤달콤한 맛이 유럽인들에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 피클링 문화의 공통점 때문입니다.
우리 남편이 영국인 친구에게 김밥 만드는 법을 알려줄 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나요.
"김밥에는 무조건 단무지가 생명이다." ㅎㅎ
2026년 업데이트: 요즘 비비고 김 스낵이 영국 마트에서 잘 팔리고 있어요. 영국 Great Taste Awards에서 수상까지 했고, 유럽 시장 매출이 61% 성장했다고 해요. 김이 "낯선 해초"가 아니라 "맛있는 스낵"으로 자리잡은 거죠. 김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으니, 김밥도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예요.
2. 비빔밥, 채식 트렌드와 만나다
아일랜드 친구는 계란이 들어간 돌솥 비빔밥을 좋아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비빔밥에 대한 유럽인들의 반응은 제 경험 상 호불호가 있었어요.
남편이 10년 전에 쓴 글에서도 이 점을 지적했는데, 영국인을 포함한 유럽인들에게 비빔밥을 대접해 보면 반응이 미지근한 경우가 많았어요. 찰진 쌀밥에 매운 고추장을 넣어 비비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거죠. 반면 일본인, 중국인 등 아시아 친구들은 비빔밥에 열광했어요. 쌀밥 문화가 있으니까요.
3. 잡채와 파전, 유럽인 입맛을 사로잡은 이유
원래 아일랜드 친구의 리스트에는 없었지만, 제가 10년간 영국에서 관찰한 바로는 잡채가 유럽 채식주의자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은 한국 음식 중 하나예요.
채소와 당면이 주재료라 비건 버전으로 만들기 쉽고, 달큼한 간장 양념은 유럽인 입맛에 거부감이 적어요. 무엇보다 보기에 예쁘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남편이 예전에 쓴 글에서 "한식의 세계화에는 음식이 먹음직하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는데, 잡채는 바로 그 조건을 충족하는 음식이에요. 실제로 영국인, 유럽인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한식을 대접할 때, 잡채는 항상 제일 먼저 동이 나는 메뉴였어요.
유럽인들이 파전에 빠지는 포인트는 명확해요. 바로 바삭함(Crispy)이에요.
영국인 남편을 둔 언니한테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파전을 만들어줬더니 한 입 먹고 이렇게 말했대요.
"이건 파전이 아니다. 한국 식당에서 먹은 건 아주 바삭해서 맛있었는데, 이건 그런 맛이 전혀 안 나."
유럽인들은 토스트도 거의 탄 것처럼 바싹 구운 걸 좋아하거든요. 그 취향이 파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거죠. 채식 파전은 고기나 해산물 없이 각종 야채만 넣어도 충분히 맛있고, 바삭하게만 구우면 유럽인들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어요.
4. 야채 죽과 호박죽, 유럽 수프 문화와의 접점
아일랜드 친구가 한국 음식 중 특별히 좋아했던 것이 야채 죽과 호박죽이었어요.
이게 의외일 수 있는데, 유럽인들은 원래 겨울에 따뜻한 야채 수프와 빵을 즐겨 먹어요. 제가 봉사하던 카페에서도 겨울 인기 메뉴는 단연 수프와 빵이었거든요. 한국의 죽은 유럽식 수프보다 훨씬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고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이 있어서, 한번 맛보면 빠지는 유럽인들이 많아요.
특히 호박죽은 비건이면서도 달콤하고 고소해서 디저트 느낌으로도 어필할 수 있어요. 영국에서는 할로윈 시즌이면 호박 요리가 유행하는데, 그때 호박죽을 소개하면 반응이 정말 좋거든요. 이처럼 현지의 시즈널 푸드(Seasonal Food)와 한식을 연결하는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시즈널 푸드란 특정 계절이나 절기에 맞춰 소비가 집중되는 식품을 뜻하며, 영국에서는 할로윈 호박, 크리스마스 칠면조 등 시즌별 식문화가 소비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한식의 위상, 2012년과 2026년의 차이
런던 템즈 축제에서 비비고가 500인분 비빔밥 무료 시식. 영국인들은 줄은 섰지만 "이게 뭐지?" 하는 표정. 한식은 아직 "낯선 아시아 음식" 중 하나.
비비고 제품이 Tesco, Sainsbury's, Asda, Ocado 등 450개 이상 매장에 입점. 만두, 김 스낵, 고추장, 떡볶이까지. 배달앱에서 'bibigo to go' 주문 가능. 영국인들이 직접 돈 내고 장바구니에 담는 시대.
영국 인구의 14%가 채식을 하고, Z세대의 41%가 고기 없는 식단을 추구하는 2026년. 한국 음식의 가장 큰 강점은 사실 채소 중심의 다채로운 반찬 문화라고 생각해요.
나물, 김치, 두부, 죽, 전, 잡채 — 이미 한식에는 비건/채식 메뉴가 넘쳐나요. 다만 이것을 "채식 음식"이라는 프레임으로 알려본 적이 별로 없었을 뿐이죠. 한국에서는 워낙 당연한 반찬이니까요.
나물과 전이 한식을 세계로 데려가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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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채식주의자가 뽑은 한국 음식 베스트 5 — 원문보기
👉 세계에 알리는 한국 대표 음식, 왜 비빔밥일까? — 원문보기
다음 글에서는 영국에서 한국 라면이 어떻게 사랑받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써 볼게요!
영국에서 보내는 일상과 음식 이야기,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 — 브리스톨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