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 먹는 법(포크, 영국 에티켓, 까르보나라)

영국 에티켓 전문가가 알려준 스파게티 먹는 법

안녕하세요! 영국 7년 살면서 파스타로 연명했던 브리스톨 언니입니다. 😉 

영국 유학 시절 非한국 음식 중 가장 많이 먹은 것이 파스타였습니다. 비용도 적게 들고, 동네 슈퍼에만 가도 소스와 면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파스타를 "먹는 법"조차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영국에서 알게 됐습니다. 남편이 한국에서 스파게티 훈수를 받고 트라우마까지 생긴 사연부터, 정통 까르보나라에 크림이 안 들어간다는 충격까지 —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직접 경험한 파스타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레시피 없이는 요리를 잘 못합니다. 그런 제가 파스타 "만드는 법"도 아닌, "먹는 법"까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이것이 오늘의 이야기입니다.


숟가락 대고 돌리는 스파게티가 틀렸다고요


사실 이 이야기는 예전에 운영하던 '영국품절녀' 블로그에서도 쓴 적이 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달 조회수 1위를 달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만큼 많은 한국 분들이 "내가 먹는 방식이 맞나?" 하고 궁금해하신다는 뜻이겠죠.

특히 제 남편(당시 영국품절남)이 한국에서 직접 겪었던 '스파게티 훈수 사건'은 지금 생각해도 참 웃프고 무안한 기억이에요. 😅

사건의 전말: 한국에서 지인과 식사 중 포크로만 면을 먹던 남편에게, 그분이 "스파게티 먹을 줄도 모르냐"며 숟가락 대고 돌리는 법을 한참 가르치셨거든요. 그때 남편이 느낀 그 '무안함'은 지금까지도 '스파게티 트라우마'로 남아있답니다.

원글에는 그날의 더 생생한(?) 억울함이 담겨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먼저 보고 오셔도 좋습니다.

👉 [12년째 조회수 1위, 남편을 울린(?) 스파게티 정통 방식 원문보기]


그런데 말이죠! 정작 영국에 와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다녀보니, 숟가락 쓰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2026년 지금, 영국의 최고 에티켓 전문가 윌리엄 핸슨은 한발 더 나아가 이렇게 외치고 있어요.

"Put the spoon down!" (제발 숟가락 좀 내려놓으세요!) 

대체 왜 우리가 정석이라 믿었던 방식이 영국과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금기'가 된 걸까요?


영국 에티켓 전문가가 알려주는 포크 사용법

제가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즐겨 보는 계정이 있습니다. 바로 @williamhanson. 영국의 대표적인 에티켓 코치로, The English Manner이라는 에티켓 교육 기관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400만 명이 넘는 인플루언서로, 바나나를 나이프와 포크로 먹는 영상부터 콩 먹는 법까지 그의 릴스는 매번 바이럴 되곤 하죠. 

그런 그가 올린 스파게티 먹는 법 영상의 첫 마디는 스푼이 필요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William Hanson에 따르면, 이탈리아인들은 스파게티를 먹을 때 스푼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올바른 방법은 다음과 같아요.


📌 스파게티 정통 에티켓 핵심 요약

  • ✅ 스푼 사용 금지: 이탈리아와 영국 정통 예법에서는 스푼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 ✅ 포크 뒤집어 쥐기: 포크를 뒤집어 쥐고(upturn) 집게가 아래를 향하게 합니다.
  • ✅ 접시 벽면 활용: 접시 가장자리 벽면에 포크를 대고 돌리면 깔끔하게 감깁니다.
  •  깔끔한 면 덩어리를 한 입에 먹는다: 면을 후루룩 빨아들이는 것은 서양 식사 예절에서 금물입니다.

* 출처: 영국 에티켓 전문가 William Hanson 가이드 기준

또한 서양식 식사에서는 먹을 때 소리를 내면 안 됩니다. 면을 후루룩 빨아들이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의 면 문화에서는 자연스럽지만, 파스타에서는 금물이지요. 냅킨도 영화에서처럼 셔츠에 끼우는 것이 아니라, 무릎 위에 놓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스푼은 소스를 옮길 때만 사용합니다

스푼이 완전히 쓸모없는 것은 아닙니다. 접시에 남은 소스와 치즈를 스푼에 올린 다음, 이미 면을 감은 포크 위에 소스를 옮겨 먹는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도 입으로 가져가는 것은 반드시 포크만 사용해야 합니다.

포크와 스푼을 함께 써서 돌돌 말아 먹는 방식은 원래 이탈리아 남부 일부 지역의 옛 관습이었는데, 이민자들을 통해 미국에서 정착되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고 합니다. 정작 이탈리아 본토에서는 이미 사라진 방식입니다. 한국에서 이 방식이 정석으로 알려진 것도 미국 문화의 영향인 셈이죠.

남편의 스파게티 트라우마가 미국식 매너의 역수입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남편은 "그때 그 자리에서 이 얘기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여전히 억울해 했습니다. 😂

다만, 라이스 푸딩 같은 음식의 경우에는 스푼과 포크를 함께 사용하는데, 주로 스푼을 사용하고 포크는 거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식사 후 커틀러리 놓는 위치도 매너입니다

식사 매너는 먹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다 먹은 후 포크와 나이프를 어떻게 놓느냐도 중요한 신호인데요. 이것 역시 William Hanson이 영상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접시를 시계 판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식사를 마쳤을 때, 포크와 나이프를 시계의 6시 30분 방향에 나란히 놓습니다. 이때 포크는 이빨(tines)이 위를 향하게, 나이프는 칼날(blade)이 안쪽을 향하게 놓아야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포크의 이빨을 엎어 놓는다고 (downward) 하네요.  

이처럼 나라마다 각도와 놓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핵심은 커틀러리를 나란히 모아 놓는 것 자체가 "식사를 마쳤습니다"라는 신호라는 점입니다. 웨이터가 "다 드셨나요?"라고 묻지 않아도 알 수 있게 해 주는 무언의 약속이지요.. 

한국에서는 수저를 밥그릇 위에 걸치거나 상 위에 놓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서양식 식사에서는 이 작은 디테일이 꽤 큰 차이를 만듭니다. 

저는 이 매너를 영국에서 처음 배웠는데, 한번은 브리스톨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 도중 잠깐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접시가 치워져 있었습니다. 제가 무의식중에 포크와 나이프를 나란히 놓고 갔던 것이죠. 그날 이후로 식사 중에는 포크와 나이프를 접시 위에 'X' 모양이나 'ハ' 모양으로 벌려 놓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정통 까르보나라에 크림이 들어가지 않는 이유

파스타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국인들이 잘 모르는 사실을 하나 더 알려드릴게요.

우리 남편이 영국 기숙사 생활을 할 때 이탈리아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정통 까르보나라에는 크림이 아니라 "계란"이 들어간다는 것이었어요.

한국에서 먹던 까르보나라는 대부분 크림소스 베이스잖아요. 하지만 이탈리아 정통 까르보나라는 계란 노른자, 페코리노 로마노(또는 파르미지아노) 치즈, 판체타(또는 과찰레), 후추 — 이렇게 심플한 재료로 만듭니다. 크림은 들어가지 않아요.

나중에 실제로 이탈리아에 사는 그 친구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친구가 직접 계란으로 만든 정통 까르보나라를 해 주었습니다. 우리 신랑 말로는 제가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하네요. 뭐, 저는 원래 무엇이든 맛있게 먹는 스타일이긴 합니다. 



이탈리아 친구가 직접 해 준 정통 까르보나라. 크림은 한 방울도 안 들어갔는데, 계란과 치즈만으로 이렇게 고소할 수가! 곁들인 방울 토마토까지, 이탈리아 가정 식 그 자체였어요. 👍

한국에 돌아온 뒤 이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놀라십니다. 한국식 크림 까르보나라가 틀린 것이 아니라, 원래 레시피를 알고 나면 두 가지를 비교하며 먹는 재미가 생깁니다.


영국 슈퍼마켓에서 한국 라면이 파스타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파스타는 영국에서 유학생과 이민자의 국민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자리를 한국 라면이 대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국 슈퍼마켓에서도 신라면, 불 닭볶음면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외국인 친구들이 파스타 대신 한국 라면을 꺼내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예전에 파스타가 유학생의 만국 공통 음식이었다면, 지금은 한국 라면이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영국에서 요리 실력이 완전 0인 상태로 처음 파스타를 만들어 보겠다고 도전했는데, 도저히 맛이 안 나는 거예요.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소금 좀 넣으면 돼"라고만 하지, 정작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한국에서 "밥 어떻게 해?"라고 물으면 "쌀 씻고 물 넣고 버튼 누르면 되지"라고 답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결국 레시피 없이는 아직도 요리를 잘 못하는 제가, 파스타 먹는 법까지 잘못 알고 있었으니 영국 생활이 얼마나 배움의 연속이었는지 모릅니다. 😂

다음에는 영국에서 한국 라면이 어떻게 사랑 받고 있는지, 그 이야기도 한번 써 볼게요!


영국에서 보내는 일상과 음식 이야기,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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