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푼을 내려놓으세요" — 영국 에티켓 전문가가 알려준 스파게티 먹는 법
안녕하세요! 영국 7년 살면서 예전 '영국품절녀' 블로그로 인사드렸던 브리스톨 언니입니다.😉
영국에서 살면서 非한국 음식 중 무엇을 제일 많이 먹었냐고 묻는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파스타라고 답할 것입니다. 비용도 적게 들고, 동네 슈퍼에만 가도 소스와 면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니까요. 영국에 와 있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도 사정은 비슷해서, 파스타는 유학생과 이민자의 국민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사실 고백하자면, 파스타가 쉽고 저렴하다는 건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저는 요리 실력 완전 0으로 영국 유학을 간 사람이거든요. 😂 처음 파스타를 만들어 보겠다고 도전했는데, 도저히 맛이 안 나는 거예요. 뭐가 문제인지 몰라서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소금 좀 넣으면 돼"라고만 하지, 정작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그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거라 굳이 설명할 필요를 못 느끼는 거죠. 한국에서 "밥 어떻게 해?"라고 물으면 "쌀 씻고 물 넣고 버튼 누르면 되지"라고 답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레시피 없이는 요리를 잘 못합니다. 그런 제가 파스타 "만드는 법"도 아닌, "먹는 법"까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이것이 오늘의 이야기입니다.
📌 스파게티 정통 에티켓 핵심 요약
- ✅ 스푼 사용 금지: 이탈리아와 영국 정통 예법에서는 스푼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 ✅ 포크 뒤집어 쥐기: 포크를 뒤집어 쥐고(upturn) 집게가 아래를 향하게 합니다.
- ✅ 접시 벽면 활용: 접시 가장자리 벽면에 포크를 대고 돌리면 깔끔하게 감깁니다.
- ✅ 소리 내지 않기: 면을 후루룩 빨아들이는 것은 서양 식사 예절에서 금물입니다.
* 출처: 영국 에티켓 전문가 William Hanson 가이드 기준
1. 포크와 스푼으로 돌돌 말아 먹는 것, 사실은...
사실 이 이야기는 예전에 운영하던 '영국품절녀' 블로그에서도 쓴 적이 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달 조회수 1위를 달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만큼 많은 한국 분들이 "내가 먹는 방식이 맞나?" 하고 궁금해하신다는 뜻이겠죠.
특히 제 남편(당시 영국품절남)이 한국에서 직접 겪었던 '스파게티 훈수 사건'은 지금 생각해도 참 웃프고 무안한 기억이에요. 😅
사건의 전말: 한국에서 지인과 식사 중 포크로만 면을 먹던 남편에게, 그분이 "스파게티 먹을 줄도 모르냐"며 숟가락 대고 돌리는 법을 한참 가르치셨거든요. 그때 남편이 느낀 그 '무안함'은 지금까지도 '스파게티 트라우마'로 남아있답니다.
원글에는 그날의 더 생생한(?) 억울함이 담겨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먼저 보고 오셔도 좋습니다.
👉 [12년째 조회수 1위, 남편을 울린(?) 스파게티 정통 방식 원문보기]
그런데 말이죠! 정작 영국에 와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다녀보니, 숟가락 쓰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2026년 지금, 영국의 최고 에티켓 전문가 윌리엄 핸슨은 한발 더 나아가 이렇게 외치고 있어요.
"Put the spoon down!" (제발 숟가락 좀 내려놓으세요!)
대체 왜 우리가 정석이라 믿었던 방식이 영국과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금기'가 된 걸까요?
2. 영국 에티켓 전문가 William Hanson의 스파게티 레슨
제가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즐겨 보는 계정이 있습니다. 바로 @williamhanson. 영국의 대표적인 에티켓 코치로, The English Manner이라는 에티켓 교육 기관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400만 명이 넘는 인플루언서로, 바나나를 나이프와 포크로 먹는 영상부터 콩 먹는 법까지 그의 릴스는 매번 바이럴 되곤 하죠.
그런 그가 올린 스파게티 먹는 법 영상의 첫 마디는 스푼이 필요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William Hanson에 따르면, 이탈리아인들은 스파게티를 먹을 때 스푼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올바른 방법은 다음과 같아요.
- 주로 쓰는 손에 포크를 잡는다 — 포크를 뒤집어 쥐고(upturn), 집게 부분이 아래를 향하게 합니다.
- 스파게티 가장자리에 포크를 넣는다 — 면 전체를 한꺼번에 찌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자리 소량만 잡습니다.
- 접시 옆면에 포크를 대고 돌린다 — 접시나 볼의 옆면을 이용해 포크를 돌리면 면이 깔끔하게 감깁니다.
- 깔끔한 면 덩어리를 한 입에 먹는다 — 한 번에 부족하면 다시 한 번 더 돌려도 됩니다.
또한 서양식 식사에서는 먹을 때 소리를 내면 안 됩니다. 면을 후루룩 빨아들이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의 면 문화에서는 자연스럽지만, 파스타에서는 금물이지요. 냅킨도 영화에서처럼 셔츠에 끼우는 것이 아니라, 무릎 위에 놓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3. 그럼 스푼은 언제 쓸까?
스푼이 완전히 쓸모없는 것은 아닙니다. 접시에 남은 소스와 치즈를 스푼에 올린 다음, 이미 면을 감은 포크 위에 소스를 옮겨 먹는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어요. 다만 이때도 입으로 가져가는 것은 반드시 포크만 사용해야 합니다.
다만, 라이스 푸딩 같은 음식의 경우에는 스푼과 포크를 함께 사용하는데, 주로 스푼을 사용하고 포크는 거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참고로, 포크와 스푼을 함께 써서 돌돌 말아 먹는 방식은 원래 이탈리아 남부 일부 지역의 옛 관습이었는데, 이민자들을 통해 미국에서 정착되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고 합니다. 정작 이탈리아 본토에서는 이미 사라진 방식인데 말이죠.
4. 식사가 끝나면? — 커틀러리 놓는 법
식사 매너는 먹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다 먹은 후 포크와 나이프를 어떻게 놓느냐도 중요한 신호인데요. 이것 역시 William Hanson이 영상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접시를 시계 판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식사를 마쳤을 때, 포크와 나이프를 시계의 6시 30분 방향에 나란히 놓습니다. 이때 포크는 이빨(tines)이 위를 향하게, 나이프는 칼날(blade)이 안쪽을 향하게 놓아야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포크의 이빨을 엎어 놓는다고 (downward) 하네요.
이처럼 나라마다 각도와 놓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핵심은 커틀러리를 나란히 모아 놓는 것 자체가 "식사를 마쳤습니다"라는 신호라는 점입니다. 웨이터가 "다 드셨나요?"라고 묻지 않아도 알 수 있게 해 주는 무언의 약속이지요..
한국에서는 수저를 밥그릇 위에 걸치거나 상 위에 놓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서양식 식사에서는 이 작은 디테일이 꽤 큰 차이를 만듭니다.
5. 까르보나라에 계란이 들어간다고요?
파스타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국인들이 잘 모르는 사실을 하나 더 알려드릴게요.
우리 남편이 영국 기숙사 생활을 할 때 이탈리아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정통 까르보나라에는 크림이 아니라 "계란"이 들어간다는 것이었어요.
한국에서 먹던 까르보나라는 대부분 크림소스 베이스잖아요. 하지만 이탈리아 정통 까르보나라는 계란 노른자, 페코리노 로마노(또는 파르미지아노) 치즈, 판체타(또는 과찰레), 후추 — 이렇게 심플한 재료로 만듭니다. 크림은 들어가지 않아요.
나중에 실제로 이탈리아에 사는 그 친구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친구가 직접 계란으로 만든 정통 까르보나라를 해 주었습니다. 우리 신랑 말로는 제가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하네요. ㅎㅎ 뭐, 저는 원래 무엇이든 맛있게 먹는 스타일이긴 합니다.
마무리 — 파스타에서 라면으로
이제 파스타는 이탈리아 음식이라기보다 만국의 음식이 된 것 같습니다. 정통 매너가 어떠니, 출처가 어디니 하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만큼 전 세계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으니까요. 영국에서 만난 각국의 학생들이 가장 쉽고 빠르게 만들어 먹는 음식이 바로 스파게티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자리를 우리나라 라면이 대신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영국 슈퍼마켓에서도 신라면, 불닭볶음면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보니, 외국인 친구들이 "오늘 저녁 뭐 먹지?"라고 하면 파스타 대신 더욱 간편한 한국 라면을 꺼내는 모습은 자연스러울 것 같거든요. 예전에 파스타가 유학생의 만국 공통 음식이었다면, 지금은 한국 라면이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에는 영국에서 한국 라면이 어떻게 사랑 받고 있는지, 그 이야기도 한번 써 볼게요!
👉더욱 생생한 영국 생활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브리스톨 언니의 티스토리]에서 확인해 보세요!"
영국에서 보내는 일상과 음식 이야기,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