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떡(이튼메스, 영국 디저트, 한국 트렌드)

영국 버터떡과 이튼메스 디저트

안녕하세요. 영국 디저트를 좋아하는 브리스톨 언니(영국품절녀)에요.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한 풀 꺾이나 싶더니, 어느 날 갑자기 SNS를 점령한 게 있었어요. 바로 겉바속촉의 정석, 버터떡 (Butter Rice Cakes)이에요. 처음엔 "또 유행이 왔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봤는데, 직접 먹어본 순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지요.

쫄깃한 떡 안에 버터가 스며든 그 맛. 한 입 베어 물면 고소함이 확 퍼지면서, 떡의 쫄깃함이 이를 꽉 잡아주는 느낌이에요. 솔직히 두바이 초콜릿보다 훨씬 맛있었어요. 저는 원래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기도 하고, 버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라 — 이건 정말 계속 먹고 싶은 중독성의 맛이더라고요.

지금은 유행이 좀 시들해졌지만, 저는 여전히 생각나면 찾아 먹고 있어요. ㅎㅎ 그러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흥미로운 걸 발견했어요. 영국에도 버터떡이 있다는 거예요!


영국 런던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Master Bun Pastry라는 곳인데요, 이 가게는 예전부터 버터떡을 판매하고 있었던 '찐' 맛집이에요. 최근에서야 이 작고 쫄깃바삭한 버터떡이 인터넷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유명해졌지요.

영국 인플루언서(@tashcakes.tastes)의 리뷰가 재밌었어요. 겉은 기분 좋게 바삭(Crunchy)하고, 속은 떡 특유의 쫄깃함(Chewy)이 살아있는데, 여기에 진한 버터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는 거예요. 질감(texture)을 표현하면서 "souffle pancake-ish"라고 했는데요 — 영어에서 -ish는 '~같은', '~스러운'이라는 뉘앙스를 부드럽게 만들 때 쓰는 접미어거든요. 즉, 식감이 마치 수플레 팬케이크처럼 퐁신퐁신하면서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이라는 뜻이에요!

반전 매력의 디저트 🧈

솔직히 겉모습은 화려하지 않고 평범해 보여요. 그런데 한 입 베어 물면 "이게 왜 이제야 떴지?" 싶을 정도로 눈이 번쩍 뜨이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랍니다. 더 널리 알려질 자격이 충분한 맛이에요!

한국의 버터떡이 영국 차이나타운에서도 사랑받고 있다니, 뭔가 묘한 연결 고리가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문득 제 영국 시절이 떠올랐지요. 사실 저에게 영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학위도, 날씨도 아닌 — 디저트거든요.

영국 디저트 천국에 빠진 2010년 여름

2010년에 영국에 다시 갔을 당시, 한국에서는 유럽 디저트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어요. 디저트라고 하면 과일이나 케이크가 전부였던 시절이지요. 그런 제가 영국 대형마트와 로컬 카페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야말로 눈이 돌아갔어요.

2010년, 영국은 저에게 디저트 천국이었어요.
매일 1일 1디저트를 하면서 눈이 돌아갔던 그 여름.

진열대마다 색색의 케이크, 타르트, 푸딩, 스콘, 머랭... 영국인들이 흔히 "sweet"이라고 부르는 그 달콤한 세계에 완전히 빠져버렸지요. 먹고 싶으면 꼭 먹어야 하는 성격이라, 매일 하나씩 골라 먹는 1일 1디저트가 자연스럽게 시작됐어요. 살은 덤이었고요. ㅎㅎ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게 하나 있어요.

테스코에서 만난 이튼메스

여름이었어요. 테스코 홍보 코너를 지나다가 예쁜 투명 컵에 담긴 디저트 사진이 눈에 들어왔어요. 이튼 메스(Eton Mess). 딸기, 크림, 그리고 바삭하게 부서진 머랭이 뒤섞인 영국 전통 여름 디저트였지요.

이름부터 재밌잖아요. "이튼"은 영국 최고 명문 사립학교 이튼 칼리지에서, "메스"는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라는 뜻이에요. 원래 이튼 칼리지 학생들이 크리켓 경기 때 먹던 전통 디저트였는데, 지금은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여름 푸딩이 된 거예요.

이튼 메스에는 재미있는 탄생 일화가 있어요.

이튼 학생들의 피크닉 바구니 위에 래브라도가 앉는 바람에 딸기 머랭이 다 망가졌는데, 그걸 살리려고 딸기와 크림을 마구 섞은 게 시작이라고 해요. 엉망진창에서 탄생한 맛이 수백 년을 이어오고 있다니, 참 영국다운 이야기지요. ㅎㅎ

저도 테스코 레시피를 보고 직접 만들어 봤어요. 딸기 썰고, 플레인 요거트에 크림과 레몬즙을 섞고, 거기에 머랭을 부숴 넣으면 끝. 만들기는 정말 쉬운데, 한 입 먹으면 머랭이 입안에서 부서지면서 녹는 그 식감이 — 아, 지금 생각해도 행복해지네요.


직접 만든 영국 여름 디저트 이튼 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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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저트 트렌드, 세계가 서울로 모이다

그렇게 영국에서 달콤한 나날을 보내고 귀국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지요. 영국까지 가지 않아도 한국에서 그 디저트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거예요.

스콘 전문점, 크럼블 카페, 바스크 치즈케이크, 캐러멜 푸딩... 제가 영국에서 눈이 돌아가며 먹었던 것들이 하나 둘 한국에 생기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우와, 이것도 한국에 생겼어?"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이제 뭐가 없는 거지?" 싶을 정도가 되었지요.

예전에는 한국의 외국 음식 하면 미국 스타일이 대부분이었거든요. 햄버거, 핫도그, 브런치 카페 정도?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유럽 스타일로 방향이 확 바뀐 느낌이에요. 프랑스 디저트, 이탈리아 젤라또, 영국식 푸딩까지. 거기에 동남아시아 디저트도 가세했지요. 태국 망고 찹쌀밥, 베트남 체, 대만 카스테라...

더 놀라운 건 단순히 한국인이 따라 만드는 게 아니라, 해당 국가 출신 셰프들이 직접 가게를 열고 요리를 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는 거예요. 진짜 그 나라 맛 그대로를 한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지요.

물론 한국인 입맛에 맞게 살짝 변주되기도 하는데, 그것조차 매력이에요. 버터떡이 딱 그런 경우잖아요. 떡이라는 한국적 베이스에 버터라는 서양 재료가 만나서, 어느 나라에도 없는 중독성 있는 맛이 탄생한 거니까요.

이제는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서울 안에서 세계 미식 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

한국의 디저트 시장이 이렇게 풍성해진 게 정말 행복해요. 이제는 굳이 영국에 가지 않아도 이튼 메스를 맛볼 수 있고, 비행기 타지 않아도 세계 곳곳의 달콤함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가끔 생각해요. 2010년 여름, 테스코 냉장 코너에서 처음 이튼 메스를 발견했을 때 그 설렘. 한국에는 없는 디저트들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두근거리던 그 마음. 그건 지금 아무리 한국에 맛있는 게 넘쳐나도 대체할 수 없는, 그때만의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버터떡 한 입에 영국까지 날아간 오늘의 이야기였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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