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엄마 13년의 변화(교권, 갑질, 저출생)
2013년, 아이도 없던 저는 "한국에서 엄마로 사는 게 겁난다"고 썼습니다. 13년이 지난 2026년,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저는 그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한국 엄마의 현실, 13년 전과 지금
13년 전, 영국에서 살던 저는 한국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주변 이야기로만 들었습니다. 영국에서 4년 만에 귀국한 한 학부형이 이런 말을 했어요.
"이곳이 내 나라인 게 분명한데... 왜 이리 한국 삶이 낯설까? 한국에서 엄마로 살기 정말 힘들다."
그때 저는 아이가 없었어요. 그래서 100% 이해는 못 하면서도 막연히 무서웠습니다. 도서관에 아이 자리 잡으려고 새벽부터 줄 서는 엄마, 대학교 시간표를 대신 짜주는 엄마, 회사에 사직서를 대신 내주는 엄마... 기사에서 보던 이 풍경이 과연 진짜인가 싶었거든요.
13년이 지난 지금, 직접 엄마가 되어보니 말해드릴 수 있습니다.
진짜였습니다. 아니, 더 심해졌습니다.
학부모 갑질, 딸이 직접 겪었습니다
2013년에는 "열성 엄마"가 문제였어요.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골든맘, 실속맘... 최소한 아이를 잘 키우려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죠.
2026년의 문제는 차원이 달라요. "내 아이 만을 위해 다른 아이들의 권리까지 빼앗는 부모"가 등장한 거예요.
얼마 전, 초등학교 6학년인 저희 딸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제게 이야기를 꺼냈어요.
"엄마, 그 친구는 본인 스케줄대로 1시간만 하고 먼저 가면 되잖아. 왜 다른 아이들까지 피해를 봐야 해?"
한 학부모가 "내 아이 학원 시간에 맞춰 학교 행사를 줄여달라"고 민원을 넣어서, 2시간이던 행사가 1시간으로 잘려버린 겁니다. 13살 아이도 아는 상식을, 어른이 무너뜨리고 있었어요.
👉 이 이야기의 전체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 "초등학교 운동회·소풍 사라진 이유? 학부모 갑질 민원이 아이들의 추억을 빼앗다"
2013년에는 교육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엄마들이 이슈였다면, 2026년에는 공동체 전체를 자기 아이 스케줄에 맞추라고 요구하는 부모들이 문제가 됐습니다.
서이초 사건, 그리고 무너진 교권
2013년 제 글에는 이 단어가 없었어요. "교권 붕괴".
그때는 교사가 학부모에게 시달려서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2023년 서이초 사건이 터졌고, 한국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어요.
교사들이 행사 하나를 기획할 때마다 즐거움보다 '열 개의 민원'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현실. 그 결과 초등학교에서 소풍도, 운동회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교권보호 5법이 통과됐지만, 법만으로 바뀌지 않는 게 사람의 인식이잖아요.
저희 딸은 6학년인데, 6년 동안 소풍 한 번 가본 적이 없어요. 운동회는 부모 없이 아이들만 조용하게 치릅니다. 우리 때는 한 반에 50명이 넘던 시절에도 매년 소풍을 갔고, 운동회도 온 가족이 참여해서 성대하게 했는데...
저출생, "엄마가 안 되겠다"
2013년 글에서 제가 이렇게 썼었어요.
"한국에서 엄마로 사는 생활이 이제는 겁이 나기까지 합니다."
그때는 아이도 없던 사람의 막연한 걱정이었어요. 그런데 13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가 정확히 그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2023년 합계출산율 0.72명. 세계 최저.
2025년에 0.80명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출처: 국가데이터처, 2025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 (2026.02.25)
2013년에는 "엄마로 사는 게 힘들다"고 푸념하면서도 아이는 낳았어요. 2026년에는 아예 "엄마가 안 되겠다"를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13년 전 저를 겁먹게 했던 그 현실이, 이제는 출산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이 된 거예요.
영국도 천국은 아니었습니다
2013년 글에서 저는 영국의 자유로운 교육 환경을 부러워했어요. "경쟁 없이 즐겁게 교육받을 수 있는 영국이 좋다"고요.
7년을 살면서 알게 된 영국 학교의 현실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영국도 천국은 아니었어요.
영국도 사교육이 있습니다. 특히 그래머 스쿨(Grammar School)이나 사립학교 입시를 앞둔 가정은 과외(Tutoring)에 꽤 투자해요. 최근 들어서는 생활비 위기(Cost of Living Crisis)로 부모들이 힘들어하고 있고, 교사 이직률도 높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에 충격적인 기사를 두 개 봤어요.
📰 Irish Times (2026.04.21)
"부모의 비현실적인 기대가 교사 번아웃을 부추기고 있다" — 북아일랜드 교사 600명 조사 결과, 10명 중 9명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고, 절반 가까이가 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 8 At The Table (인스타 좋아요 2.2만)
"24년 차 교사가 퇴직하며 말합니다. '새로운 유형의 부모(New Type of Parent)'가 원인이라고." — 일이 바뀐 게 아니라, 부모와 학생, 그리고 책임의 관계가 바뀌었다는 거예요. 모든 이슈가 논쟁이 되는 순간, 교육은 사라지고 갈등 관리만 남는다고요.
이 기사들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한국의 서이초 사건과 너무나 닮아 있거든요. 학부모의 비합리적인 요구에 교사가 무너지는 현상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거예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영국에서는 학교의 교육적 판단을 부모가 뒤흔드는 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확실한 선을 긋는다는 거예요. "내 아이 학원 시간 때문에 학교 행사를 줄여달라"는 요구는 영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학교가 결정한 사항은 학교가 최종 권한을 갖고, 개인 스케줄 조율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니까요.
하지만 이 선마저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영국도 한국의 전철을 밟게 될지 모릅니다.
"줏대를 가져라" — 13년 전 조언이 맞았다
2013년 글에서 한 선배 엄마가 해주신 조언이 있었어요.
"한국의 교육 현실이 문제이긴 하지만, 엄마들 자신이 줏대를 가지고 주변 사람들의 행동과 말에 휩쓸리지 않고 자녀 교육을 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때 그 선배는 덧붙였어요. "하지만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 현재 한국 엄마들의 고민"이라고.
13년 간 직접 엄마로 살아본 지금, 그 조언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뼈저리게 느낍니다. 줏대 없이 주변에 휩쓸리면, 결국 아이에게도 그 불안이 전달돼요.
얼마 전 김창옥 강사의 강의에서 이런 말을 들었어요. 아이가 잘 되는 집의 공통점을 찾았는데, "엄마가 인상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은 엄마는 두 분류로 나뉜다고 해요.
진상 엄마 vs 인상 엄마
저도 지난 10년 넘게 수많은 엄마들과 아이들을 만나오면서 느낀 것은 "그 엄마에 그 자녀"라는 것입니다. 학교에 민원을 넣어 행사를 줄이는 엄마의 아이는, 그 방식을 보고 똑같이 배우고 있어요.
13년 전의 저에게, 그리고 지금의 엄마들에게
2013년의 저는 이렇게 썼어요.
"과연 엄마라는 이유로 자식들을 위해 무한정 희생하는 것이 정녕 맞는 건가요?"
13년이 지난 지금, 이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명확합니다.
아닙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합니다. 엄마가 인상이 좋아야 아이도 밝게 자랍니다. 주변의 과열된 경쟁에 휩쓸리지 않고, 내 아이에게 맞는 속도를 찾아주는 것. 그것이 진짜 좋은 엄마가 아닐까요.
13년 전에 "겁난다"고 했던 한국의 엄마 생활, 지금도 쉽지는 않지만 한 가지는 달라졌어요.
이제는 겁먹지 않고 줏대를 잡는 법을 알게 됐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엄마라면, 나는 진상 엄마인가, 인상 좋은 엄마인가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저는 인상 좋은 엄마이기를 바라며, 계속 노력해 보겠습니다. ㅎㅎ 😊
👉 13년 전 아이도 없던 '품절녀' 시절의 솔직한 걱정이 궁금하시다면 → "영국 살다 귀국한 한국 엄마의 푸념, 힘들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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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스톨 언니 | 영국 생활 7년, 지금은 한국에서 영국을 경험하고 느끼는 것들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