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인터뷰 보이콧(영국 언론, 핫마이크, 보도 온도차)



얼마 전 새벽에 핸드폰을 넘기다가 손이 멈췄어요. 지금 문제가 된, 손흥민 선수가 한국 기자들한테 입을 닫게 만든 그 영상을 봤거든요. 아… 그냥 당황스럽고. 당사자도 아닌 저도 이렇게 기분이 나쁜데, 중요한 경기를 앞둔 손흥민 선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닐 거예요.

그러다 우연히 기사 하나를 읽게 됐는데, 그게 한국 매체가 아니라 영국 기사였어요. 영국에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궁금해서 한참을 들여다봤죠.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자국 기자들 취재를 사실상 거부하는 미디어 보이콧(취재에 일부러 응하지 않는 것)에 들어갔거든요. 근데 웃긴 게, 그 전말을 저는 한국 뉴스가 아니라 바다 건너 영국 기사로 더 또렷하게 알았어요. 영국에서 7년 산 사람이라 그런가, 이 온도 차가 자꾸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지금 이 상황에서 누구 편들자고 쓰는 글은 아니에요. 다만 같은 일을 두 나라 언론이 왜 이렇게 다르게 다루는지가 궁금했어요. 그게 오늘 얘기예요.

무슨 일이 있었나 — '핫마이크'에서 시작됐다

발단은 6월 7일,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 훈련장이었어요. 가벼운 훈련 중에 한국 기자 두 명의 대화가 핫마이크(hot mic) — 꺼진 줄 알았던 마이크가 켜져 있어 사담이 그대로 녹음되는 상황 — 에 잡혔어요. 손흥민 등 일부 선수를 두고 병역 면제와 리더십을 비꼬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보도됐고요. 흥미롭게도 영국 매체들조차 그 발언의 구체적 워딩은 "옮기지 않겠다"며 인용을 피했어요. 그만큼 톤이 좋지 않았다는 뜻이겠지요.

이 영상이 하필 JTBC — 이번 월드컵 국내 중계권사 — 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면서 백스테이지 잡담이 공식 기록이 돼버렸어요. 코리아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KFA)는 이틀 뒤 해당 기자들을 불러 비공개로 주의를 줬고, 이후 "일부 미디어 관계자의 부적절한 발언에 유감"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어요. [출처: 코리아타임스] 그리고 선수단은 FIFA가 강제하는 공식 취재, 즉 의무 미디어 듀티 — 대회 규정 상 반드시 응해야 하는 공식 기자회견·공동취재 — 는 응하되, 그 외 자국 매체 인터뷰는 보이콧하기 시작했고요.

🔎 배경 한 줄

손흥민은 2018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 — 특정 조건 충족 시 의무 복무를 면하는 것 — 를 받았고, 2020년 코로나 시기에 3주간 기초군사훈련도 받았어요. 한국 남성의 의무 복무가 약 18~21개월인 만큼, 병역은 늘 예민하게 다뤄지는 주제예요.

보도 온도차, 왜 팬들은 '외신'으로 먼저 알았을까

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지점이 여기예요. 코리아타임스는, 정작 한국 팬들이 이 사건의 흐름을 국내 보도가 아니라 외신을 통해 알게 됐다고 짚었어요. [출처: 코리아타임스] 국내에서는 일부 매체가 외신을 인용해 팀과 언론 사이 "긴장"이 있다고 짧게 언급하는 정도였고요. 심지어 일부 보도는 손흥민이 체코전 뒤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걸 두고 '주장으로서 책임 회피'처럼 뒤집어씌우기도 했는데, 온라인 여론은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요. (SNS만 봐도 손흥민 선수를 향한 안타까움과 응원이 주를 이뤘어요.)

즉, 사건의 한쪽 당사자가 언론인데, 그 언론이 자기가 얽힌 사건을 보도하려니 구조적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예요. 이게 한국만의 잘못이라기보다, '취재 주체가 곧 사건 당사자'가 됐을 때 어디서나 생길 수 있는 딜레마이긴 해요. 다만 이번엔 그 빈자리를 해외 매체가 메운 거죠.

영국 언론은 이 사건을 어떻게 다뤘나

영국·영미권 매체는 이 보이콧 건을 꽤 비중 있게, 그리고 비교적 담담하게 다뤘어요. 영국 TNT 스포츠는 KFA의 유감 성명과 함께 이 사건을 정면으로 보도했어요. [출처: TNT Sports] GB News 역시 "월드컵 군 복무 논란"으로 다루면서도, 문제의 발언 자체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고요. [출처: GB News] 코리아타임스에 따르면 디 애슬레틱·텔레그래프 풋볼 같은 매체도 이 사안을 보도했어요.

한 가지 솔직하게 짚을게요. 평소 이런 경기를 분 단위로 중계하는 BBC나 가디언의 '이 사건' 단독 기사는 제가 아직까지 확인하진 못했어요. 다만 확인된 것만 봐도, 한국에서 조용히 지나갈 뻔한 이야기를 영국 쪽이 더 또박또박 기록으로 남긴 건 분명해요.

🔄 업데이트

이 글을 쓴 뒤에도 사건은 계속 굴러갔어요. AP·알자지라에 따르면, 대표팀 미디어 담당자(취재단장) 중 한 명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어요. [출처: 알자지라] 이후 재편된 취재단이 손흥민에게 사과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정작 손흥민은 자국 매체 취재에 다시 응할지를 두고 내부 결정 전까지 확답을 피했고요. [출처: GiveMeSport] 핫마이크 한 번에 조직 책임자가 물러나고, 사과로도 단번에 풀리지 않는 이 흐름 자체가 —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이 '신뢰'였다는 걸 보여줘요.

⚽ 그날 경기 (멕시코 1-0 한국)

참고로 보이콧 와중에 치른 6월 18일 멕시코전은 한국이 0-1로 졌어요.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김승규 골키퍼가 라울 히메네스의 헤더를 놓치면서 루이스 로모가 빈 골대에 밀어 넣은 게 결승골(50분)이었고, 손흥민의 초반 로빙슛은 에드손 알바레스가 골라인에서 곡예하듯 걷어냈어요. [출처: Sky Sports] 한국은 24일 남아공전 결과에 16강이 걸리게 됐고요.


2012 런던 올림픽 때 웸블리에서 직접 본 한국 대표팀이에요. 
빨간 유니폼 입고 가슴에 손 얹은 채 애국가를 부르던 그 순간, 영국 한복판에서 괜히 코끝이 찡했어요.

영국 7년 살아보니 — 영국 축구 미디어는 왜 다를까

여기서부턴 제가 영국에서 7년 살면서(브리스톨이랑 캔터베리요) 직접 본 얘기예요. 솔직히 말할게요. 영국이 이번에 담담했던 건, 이들이 점잖아서가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예요. 영국 축구 언론, 진짜 무서워요.

📰 내가 그때 본 영국 신문, The Sun

제가 살던 시절 영국 신문 — 특히 그 유명한 The Sun 같은 타블로이드(tabloid),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유명한 대중지 — 의 백페이지(back page), 즉 신문 맨 뒷면(영국에선 스포츠가 사실상 1면 대접을 받는 자리)은 그야말로 전쟁터였어요. 선수 사생활부터 경기력까지 가차 없이 후벼 팠죠.

감독 경질설·이적설·라커룸 불화설은 백페이지 단골이었고, 정작 진짜 1면은 선수들 열애설·불륜·슈퍼인준션(사생활 기사를 막으려고 법원에 입막음 명령을 거는 것) 차지였어요. 존 테리(2010)의 불륜 의혹도, 라이언 긱스(2011)의 슈퍼인준션 사태도 그렇게 1면을 장식했죠.

특히 긱스 건은 제가 진짜 충격이었어요. 제 눈엔 그렇게 가정적이고 믿음직해 보이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라운드에서 뛰는 태도도 어찌나 점잖고 성실하던지, '저 선수는 좀 다르겠지' 싶었는데… 그런 사람마저 1면에 대문짝만하게 걸리는 걸 보고, 아 영국 타블로이드한텐 성역이 없구나 했죠.

근데 그렇게 거칠어도, 영국 언론엔 묘하게 지키는 선이 하나 있었어요. 깔 거면 앞에서, 기사로 깐다는 거. 마이크 뒤에서 키득대다 걸리는 게 아니라, 자기 이름 박힌 칼럼으로 대놓고 쏟아내요. 욕을 먹어도 "쟤넨 적어도 앞에서 말하잖아" 소리를 듣는 이유죠. 그래서 이번 한국 사건이 영국 눈엔 더 신기했을 거예요. 발언이 셌다는 것보다, 무대 뒤 잡담이 새어 나왔다는 그 그림 자체가요.

🗂️ 자료로 접한 것 [토트넘 시절은 제가 영국을 떠난 2014년 이후라 찾아본 이야기예요]

손흥민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토트넘에 있었으니, 영국 언론 한복판에서 10년을 보낸 셈이에요. 찾아보면 영국 기자들은 그를 'Sonny'라 부르며 어지간히 예뻐했지만, 못할 땐 또 심할 정도로 가차 없었어요. 근데 그 쓴소리마저 죄다 공개 지면에서 나왔다는 게 포인트예요. 마이크 뒤가 아니라요. 같은 선수인데, 비판이 흘러가는 길이 두 나라가 이렇게 달라요.

오해는 마세요. 영국이 착하고 우리가 나빴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둘 다 똑같이 독해요. 그냥 영국은 그걸 무대 위에서 쏟고, 우리는 이번에 무대 뒤에서 새어 나왔을 뿐이죠. 그 차이가 온도 차를 만든 거고요. (영국 언론이 늘 멋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건 아래 FAQ에서 솔직히 깔게요.)

같은 사건, 다른 보도 — 한눈에 비교

  🇰🇷 국내 보도 경향 🇬🇧 영국·해외 보도 경향
보도 강도 짧게 '긴장' 정도로 언급 사건으로 정면 보도
초점 일부는 선수 책임론으로 기자 발언·보이콧 구조에
당사자성 언론이 곧 사건 당사자 제3자 관찰 위치
발언 인용 민감해 자제 "옮기지 않겠다"며 자제

표로 보면, 양쪽 다 발언 자체는 옮기길 꺼렸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갈린 건 '얼마나 정면으로 다뤘나'와 '어디에 초점을 뒀나'예요. 같은 팩트를 두고 두 미디어 생태계가 이렇게 다르게 소화한다는 게, 저는 사건만큼이나 흥미로워요.

손흥민 보이콧 사태 FAQ

Q. 그럼 영국 언론은 한국보다 점잖은 건가요?
전혀요. 오히려 영국 타블로이드는 선수를 훨씬 가혹하게, 때론 사생활까지 무자비하게 다뤄요. '인종차별성 야유', 사진기자 과열, 멘탈을 무너뜨리는 헤드라인 논란도 끊이지 않았고요. 이번에 담담해 보였던 건 영국이 착해서가 아니라, 단지 '남의 나라 사건'을 제3자로 봤기 때문이에요. 균형 있게 보려면 이 점을 꼭 같이 봐야 해요.
Q. 선수가 인터뷰를 거부해도 되나요?
FIFA가 대회 기간에 강제하는 공식 취재(공동취재구역·기자회견 등)는 응해야 해요. 이번 보이콧은 그 외의 '비강제' 자국 매체 응대를 거부한 거예요. 그래서 월드컵 운영에 직접 지장을 주진 않지만, 선수단과 자국 언론의 신뢰 관계엔 분명한 균열을 남긴 셈이죠.
Q. 왜 영국 사람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졌어요?
손흥민이 10년간 프리미어리그에서 뛴 '동네 스타'라서 기본 관심이 있어요. 게다가 '백스테이지 사담이 새어 나와 팀이 언론을 보이콧한다'는 그림 자체가, 공개 비판에 익숙한 영국 미디어 관점에선 신선한 사건이었던 거예요.

결국 '신뢰'의 문제예요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예요. 이건 말이 셌냐 약했냐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였다는 거. 영국에서도 기자랑 선수는 매일 으르렁대요. 그래도 '앞에서 말하고, 기사로 책임진다'는 그 한 줄 짜리 약속이 둘 사이를 그나마 굴러가게 했어요. 그 약속이 깨지면, 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은 미디어 판이라도 한 방에 금이 가요. 이번처럼요.

그래서 저는 우리 기자들이 유독 별로라는 생각은 안 해요. 그냥 이제 팬들이 기자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시대가 된 거죠. 무대 뒤가 더는 무대 뒤가 아닌 세상. 어느 나라 언론이든 똑같은 시험대에 오른 거예요. 여러분은 어느 쪽이 더 나아 보여요? 다 까발리는 영국식, 아니면 조용히 덮는 한국식. 저는 솔직히 영국 식이 좀 더 맞는 것 같긴 합니다.

📚 참고 자료

· The Korea Times, 「What Korean football team's interview boycott reveals」(기자수첩)
· TNT Sports(UK), 손흥민 병역 발언·미디어 보이콧 보도
· GB News(UK), 월드컵 군 복무 논란 보도
· Al Jazeera, 취재단 갈등·미디어 담당자 사퇴 보도
· GiveMeSport(UK), 보이콧·사과 및 취재 재개 미정 보도
· Sky Sports, 멕시코 1-0 한국 매치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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