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마라탕, 영국은 '프라임'? — 우리 아이들이 독한 자극에 중독되는 이유
영국 거주 7년 · 전 영국 국제학교 한국어 강사 · 13살 사춘기 딸을 둔 엄마. 마라탕 한 그릇으로 딸의 속마음을 사는 브리스톨 언니가 씁니다.
1. 한국 십대의 소울푸드 마라탕 — "속마음을 사는 장사"
7년의 기다림 끝에 영국에서 찾아왔던 우리 딸이 어느덧 13살, 키 160cm의 사춘기 소녀가 되었습니다. 요즘 딸아이와 대화하며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엄마, 나 오늘 마라탕 수혈이 필요해!"입니다.
한국 초·중등 아이들에게 마라탕 가게는 단순한 식당이 아닌 놀이 문화이자 사교의 장입니다. 원하는 재료를 직접 담는 커스터마이징의 재미,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매운맛은 아이들에게 일종의 놀이가 됐습니다.
사실 제가 딸과 마라탕을 같이 가는 진짜 이유가 있습니다. 딸이 좋아하는 얼큰한 국물을 앞에 두면 사춘기 딸의 학교 생활과 고민이 술술 나오거든요. 마라탕 한 그릇 값으로 딸아이의 속마음을 살 수 있다면, 엄마인 저에게는 이보다 더 남는 장사가 없습니다. 🍜— 브리스톨 언니, 딸과의 마라탕 데이트
3년 전 딸이 마라탕을 처음 먹고 난 소감은 이랬습니다.— 브리스톨 언니, 딸의 첫 마라탕 소감
"엄마, 난 마라탕에서 팽이버섯이 제일 맛있었어! 다음에는 팽이버섯 더 많이 넣어서 먹을 거야!"
마라탕을 통해 팽이버섯의 맛을 알게 된 것이 웃기면서도 다행인 건지. 😋 이제는 저에게 마라탕의 세계를 전수하는 13살 딸이 됐습니다.
2. 영국에서 에너지 드링크를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20년 전 영국에 처음 왔을 때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수많은 종류의 에너지 드링크였습니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에너지 드링크라는 말조차 없었어요. 박카스·비타500 정도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저에게 에너지 드링크를 처음 알려준 사람은 남편이었습니다. 에세이와 논문을 준비하면서 에너지 드링크를 품고 살더군요. 특히 석사 논문 막바지에는 8개 짜리 한 세트를 사서 마시며 3일 동안 잠도 안 자고 논문을 마무리하는 것을 보며 그 효과에 감탄했습니다.— 브리스톨 언니, 영국에서 레드불을 처음 마시고
저 역시 에세이 막판에는 어쩔 수 없이 레드불을 마셨는데, 그 기분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잠은 전혀 안 오는데, 몽롱한 상태가 쭉 이어지는 기분 나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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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가장 잘 알려진 레드불, 영국에서 처음 마셔봤어요. |
시험 기간 교내 매점에서 관찰해보니 대부분의 학생들 손에 에너지 드링크가 2~3개씩 들려 있었습니다. 시험 당일에도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 시험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아이엘츠(IELTS) 보러 온 외국 친구들도 꼭 마시고 시험에 임하는 것 같았고요.
3. 영국의 마라탕, 프라임(PRIME) — 에너지 드링크 역습
그런데 최근 영국 10대들에게 가장 힙한 아이템을 꼽으라면 단연 프라임(PRIME) 에너지 드링크입니다. 일반 에너지 드링크를 넘어서 이제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됐습니다.
유명 유튜버 KSI와 로건 폴이 만든 이 음료는 출시와 동시에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영국 언론들은 이 현상을 위험한 중독이라며 경고하고 있습니다.
- ⚠️고카페인의 위험: 캔 하나에 200mg이 넘는 카페인이 들어있어 아이들의 심장 건강과 수면을 위협합니다
- ⚠️학교 내 반입 금지: 과도한 흥분 상태와 암거래 때문에 수많은 영국 학교가 프라임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 ⚠️블랙 마켓 성행: 금지할수록 아이들이 가방 속에 숨겨와 친구들에게 비싼 값에 파는 암 거래까지 생겼습니다
3. 왜 아이들은 자극에 열광하는가?
한국의 마라탕과 영국의 프라임. 장르는 다르지만 아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소름 돋게 닮아있습니다.
| 비교 | 🇰🇷 마라탕 | 🇬🇧 프라임 |
|---|---|---|
| 매력 | 중독적인 매운맛 | 고카페인의 짜릿함 |
| 놀이 방식 | 재료 커스터마이징·먹방 인증 | 희귀 병 수집·틱톡 인증 |
| 부모 걱정 | 나트륨·자극적인 맛 | 심장 건강·과잉 행동 |
결국 아이들이 극단적인 자극에 집착하는 이유는 스트레스의 분출구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업에 지친 한국 아이들이 매운맛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면, 영국 아이들은 고카페인의 각성 효과로 서로를 자극하며 존재감을 확인하고 있는 셈입니다.
4. 영국 정부, 결국 16세 미만 고카페인 판매 금지
영국 정부는 2025년 말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프라임 에너지를 포함한 고카페인 음료 판매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반면 한국의 마라탕은 여전히 개인의 선택과 부모의 훈육 영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라탕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저도 마라탕 좋아해요! 😂
5. 마치며 — 자극 속에서 부모가 잡아야 할 중심
마라탕이나 프라임 드링크 같은 극단적인 자극은 어쩌면 아이들이 세상에 내뱉는 "나 지금 너무 스트레스 받아요"라는 무언의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무조건적인 비난이나 금지보다는, 아이가 왜 그런 자극에 기대어 숨을 쉬는지 그 마음의 허기를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국가가 법으로 금지한다고 해서 아이들의 갈망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영국 아이들이 블랙 마켓을 찾듯, 우리 아이들도 금지할수록 더 자극적인 것을 찾아 숨어들 테니까요.
제가 마라탕 한 그릇으로 딸의 속마음을 샀던 것처럼, 때로는 그 자극을 소통의 도구로 역 이용하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오늘 저녁, 마라탕을 찾는 아이에게 "안 돼!" 대신 "오늘 무슨 힘든 일 있었어? 엄마랑 마라탕 먹으며 얘기해 볼까?"라고 먼저 손을 내밀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
📌 이 글의 핵심 요약
- 한국 십대 = 마라탕, 영국 십대 = 프라임 에너지 드링크
- 프라임 캔 하나 카페인 200mg 이상 — 심장·수면 위협
- 영국 학교 프라임 금지령 → 암거래 성행
- 영국 정부 2025년 말 16세 미만 고카페인 음료 전면 금지
- 극단적 자극 = 아이들의 스트레스 신호 — 금지보다 대화가 먼저
참고 자료 및 출처
[1] 브리스톨 언니 직접 경험 (13살 딸과의 마라탕 에피소드)
[2] 영국 정부 고카페인 음료 판매 금지 정책 발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