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말차 열풍(소버 큐리어스, L-테아닌, 가심비)

iced matcha latte


🍵 영국 경제와 Z세대 시리즈
▸ 6편: 영국 의대 유학 — 우선권법, 헝가리 탈출, 한국의 역주행
▸ 7편: 영국 말차 열풍 — 소버 큐리어스, L-테아닌, 가심비 ← 지금 읽고 계신 글

안녕하세요. 영국에서 7년 거주 브리스톨 언니(영국품절녀)입니다. 😊

요즘 한국 카페는 온통 초록색이에요. 메가도 롯데리아도 말차 음료를 쏟아내죠. 그런데 더 놀란 건 영국 소식이었어요. 2026년 1월, 영국 최대 커피 체인 코스타가 사상 처음으로 전국 2,800여 개 전 매장에 말차 라떼를 깔았거든요. 심지어 업계에선 “코스타가 matcha 세대를 잃었다”는 말까지 나왔어요. (출처: Coffee Intelligence)

여기서 저는 갸우뚱했어요. 제가 영국에 살던 시절엔 카페에서 ‘말차’라는 이름으로는 팔지도 않았거든요. 홍차의 나라가 갑자기 일본식 가루차에 빠졌다고?

“왜 하필 말차인가?”

며칠 자료를 뒤지고 직접 다 마셔보며 내린 결론은, 답이 세 가지에 나뉘어 있다는 거예요. 절주(소버 큐리어스), 과학(L-테아닌), 그리고 가심비. 하나씩 풀어볼게요.

소버 큐리어스 — 영국 Z세대가 술·커피 대신 말차를 든 이유

첫 번째 열쇠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예요. 여기서 소버 큐리어스란, ‘완전한 금주’가 아니라 “내가 왜 마시지?”를 의식적으로 따져보고 술을 줄이거나 끊는 쪽을 택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말해요. 분위기와 음료의 즐거움은 누리되, 숙취·불안 같은 부작용은 빼겠다는 거죠.

숫자가 분명해요. 영국에서 음주를 절제하려 무·저알코올을 택하는 성인이 2018년 31%에서 2025년 44%로 올랐고, 젊은 성인은 28%에서 49%로 뛰었어요. (출처: The Independent / Drinkaware) 또 18~34세의 약 65%가 “적당한 음주도 건강에 나쁘다”고 봐요. (출처: Mintel) 1편에서 다룬 ‘문 닫는 영국 펍’도 같은 흐름의 다른 얼굴이에요.

🍺 함께 읽기 · 1편 하루 2곳씩 문 닫는 영국 펍의 현실 — 펍이 왜 사라지는지부터 보면 이 글이 더 잘 읽혀요.

그런데 빠져나간 건 술만이 아니에요. 커피의 자리도 말차가 파고들었어요. 원래 영국은 뜨거운 차의 나라였고, 아이스 음료는 ‘미국식’이었죠. 그런데 지금 영국은 유럽에서 아이스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가 됐고, 아이스 음료 판매가 5년간 매년 22%씩 늘며 ‘여름 한정’에서 ‘사철 메뉴’가 됐어요. (출처: Coffee Intelligence) 말차는 이 ‘아이스 음료 폭발’의 대표 주자예요 — 홍차의 경쟁자가 아니라, 아이스 라떼 옆에 선 또 하나의 ‘맛’인 거죠.


영국 여름 음료는 단연 프라푸치노
여름에는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대란


🧋 함께 읽기 · 영국 여름·음료 시리즈 영국 커피 문화 — 아이스 음료 대반전, 프라푸치노 품절 — 이 ‘아이스 음료 폭발’의 시작을 직접 목격한 이야기예요.
이건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제 남편이 한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요즘은 술을 아예 안 마시는 학생도 많고, 마셔도 ‘취할 때까지’는 아니래요. 회사도 젊은 세대는 회식을 낮에 하자거나, 레저·영화처럼 자기를 만족 시키는 다른 걸로 대체한다고 해요.

대신 카페는 24시간 북적여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에, 밤 늦게 까지 음료를 드는 젊은이들 천지죠. 예전엔 ‘밤에 무슨 커피야?’ 했는데, 지금 카페 음료는 하루 종일 곁에 두는 필수품이 됐어요. 술이 떠난 자리에도, 커피가 있던 자리에도 똑같이 초록빛 한 잔이 들어온 거예요. — 브리스톨 언니, 요즘 한국의 술·카페 풍경을 보며
⚖️ 균형 잡힌 시선 — ‘안 마신다’가 아니라 ‘다르게 마신다’ 과장은 금물이에요. 최근 IWSR 자료를 보면 영국·이탈리아 등에서 Z세대의 ‘완전 금주’ 비율은 오히려 다시 줄고 있어요. 업계에선 “Z세대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다르게 마신다”고 봐요. (출처: The Spirits Business) 그래도 ‘절제하는 음주’라는 큰 방향은 분명하고, 그 빈자리를 ‘어른스럽고 건강해 보이는 음료’가 채우고 있어요.

L-테아닌 — 말차가 ‘안 떨리는 카페인’인 과학적 이유

두 번째 열쇠는 ‘맛’이 아니라 ‘효능’이에요. 그런데 그 전에 제 고백 하나 — 사실 저는 이 흐름의 ‘예고편’을 15년 전에 이미 살고 있었어요.

저는 원래 녹차 음료를 정말 좋아해요. 단, 녹차 잎의 그 쓴맛 말고 — 달달한 녹차 프라푸치노, 녹차 라떼요. 그래서 2010년 영국 스타벅스에서도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가끔 주문했어요. (찾아보니 그때도 분명히 있었더라고요. 다만 그 시절 영국에선 ‘말차matcha’가 아니라 그냥 ‘그린티’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그걸 주문하는 사람이 카페에 저 하나 뿐인 것 같았어요. — 브리스톨 언니, 2010년 영국 스타벅스에서

신기한 건, 녹차 음료를 좋아하던 제 주변 사람들도 사실 ‘녹차’를 좋아한 게 아니었어요. 달고 시원한 그 맛을 좋아한 거죠. 당도는 높지만 ‘그래도 녹차니까’ 양심의 가책을 좀 던 거고요. 시장조사기관 Mintel조차 말차의 “쓴맛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숙제라고 짚어요. (출처: Mintel) 즉 사람들은 가루 차의 ‘맛’이 아니라, 녹차가 주는 ‘건강한 이미지’를 단 음료로 즐기고 싶은 거예요. 그리고 그 이미지에는 진짜 과학이 깔려 있어요.

핵심은 L-테아닌(L-theanine)이에요. L-테아닌이란, 거의 차 잎에만 들어 있는 아미노산으로, 긴장을 풀어주면서도 졸리게 하지는 않는 독특한 성분이에요. 특히 말차는 차광 재배로 키워요. 차광 재배란, 수확 전 차나무를 그늘에 두고 키우는 방식인데, 이렇게 하면 일반 녹차보다 L-테아닌이 더 풍부해집니다.

마법은 카페인과 만났을 때 일어나요. 카페인 혼자면 각성과 함께 불안·손떨림이 따라오는데, L-테아닌이 그 날카로움을 깎아줘요. ① 200~250mg의 L-테아닌은 약 40분 안에 알파파를 늘려요. 알파파란, 긴장을 푼 채 또렷하게 집중한 상태에서 나오는 뇌파를 말해요. ② 2008년 Nutritional Neuroscience 연구에선 카페인과 L-테아닌을 함께 먹은 그룹이 주의력 과제의 속도·정확도가 모두 좋았고, ③ 시즈오카대 Unno 교수팀의 2018년 연구(Nutrients)는 말차의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성분 비율에 달려 있음을 보였어요. (관련 연구 정리: Superfood Science)

⚠️ 과장은 금물 — 말차는 약이 아니에요 효과는 용량·개인 차에 크게 좌우되고, 카페인은 어쨌든 카페인이라 하루 권장 한도(성인 약 400mg)를 넘기면 똑같이 두근거려요. 게다가 시중 말차 라떼 대부분은 설탕·시럽이 듬뿍 든 디저트 음료라, ‘건강 음료’라기엔 당이 만만치 않습니다. 정확히는 “커피보다 부드러운 카페인 경험”이지, ‘마시면 건강해지는 음료’는 아니에요.

그래도 이 서사는 강력해요. 커피는 ‘불안·크래시’ 이미지를 가졌는데, 말차만 “차분한 집중 + 항산화”라는 착한 이야기를 할 수 있거든요. ‘커피 대신’ 들기에 이만한 명분이 없는 거죠.

가심비 — 6,100원 말차 빙수가 ‘작은 사치’인 이유

세 번째 열쇠는 가심비예요. 가심비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뜻하는 말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짝꿍 개념이에요. 집값도 못 모으고 미래는 불확실한 Z세대가 큰 사치는 못 부려도 작은 사치는 누리겠다는 심리죠. 여기에 두 가지가 더해져요 — 색감, 그리고 가격.

먼저 색감. 그 쨍한 초록은 SNS에서 무적이에요. 음료에 초록만 들어가면 일단 예쁘니까요. 한국에선 헬시플레저 흐름까지 겹쳤어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란, 건강은 챙기되 즐거움(과 약간의 죄책감 덜기)은 포기하지 않으려는 소비 트렌드예요. ‘그래도 녹차잖아’라는 면죄부를 주는 말차는 여기에 딱 맞죠.

저요? 메가, 롯데리아 말차 음료는 이미 다 맛봤어요. 😊 그런데 우리 딸은 말차도 민트도 질색이에요. 매운 건 잘 먹으면서도, 녹차·민트 특유의 그 ‘화한’ 향과 센 맛은 싫대요. 반대로 제 주변엔 말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꽤 많고요.

사실 저처럼 말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진짜 말차’의 쌉싸름함이 살짝 들어간 걸 좋아해요. 쓰기만 하면 안 되고, 쓴맛과 단맛이 묘하게 섞인 그 맛이요. 그래서 저한텐 ‘이름만 말차’인 음료는 좀 별로예요.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는 달라요. 쓴맛은 중요하지 않고, 보기 좋고 맛있으면 그만이죠. 그러니 브랜드들은 색감을 더 쨍하게 살리고, ‘말차’ 이름만 붙여 새로운 맛을 계속 만들어내요. — 브리스톨 언니, 메가·롯데리아 말차를 모두 맛본 뒤

말차는 원래 호불호가 강한 재료였어요. 우리 남편이나 딸처럼 싫어하는 사람은 입에도 안 대죠. 그런데 어느 날 혜성처럼 등장하더니 지금은 온통 말차판이 됐어요. 그 비결의 마지막 조각이 바로 ‘가격’이에요.

🍵 왜 일본산이 아니라 ‘제주산’일까? 지금 전 세계가 사상 첫 말차 품귀를 겪고 있어요. 폭염으로 일본 차밭 수확이 급감한 데다 수요가 폭발하면서, 원료인 텐차(碾茶) 가격이 1년 새 170~220%까지 뛰었어요. 텐차란, 갈아서 말차 가루가 되는 원료 찻잎을 말해요. 일본 매장은 ‘1인 1통’ 제한까지 걸었고요. (출처: Tokyo Cheapo) 일본산이 비싸고 귀해지니 한국 프랜차이즈는 국산(제주산)으로 눈을 돌렸고, ‘제주산=신선·로컬’ 마케팅 효과까지 챙긴 거죠.
말차는 원래 카페·전문점에서 ‘고급’ 이미지로 비싸게 팔리던 메뉴였어요. 말차 라떼만 해도 보통 아메리카노보다 비쌌고요. 그런데 지금은 롯데리아에서 6,100원이면 말차 빙수를 즐길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됐죠. (출처: 뉴시스 / 일반 빙수가 5,300원이니 말차값은 800원쯤 얹은 셈이에요.)

재밌는 건, 가격이 내려와도 ‘말차 = 왠지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그대로 남는다는 거예요. 똑같은 빙수라도 초코·딸기보다 말차가 더 그럴듯해 보이거든요. 고급 이미지는 챙기고, 가격 문턱은 낮아진 것 — ‘작은 사치’로 이만한 게 없어요. — 브리스톨 언니
🍗 함께 읽기 · 4편 5파운드로 버티는 영국 청춘들 — Z세대의 ‘작은 사치’ 심리를 더 깊이 들여다본 글이에요.

6,100원짜리 말차 빙수는 ‘비싼 디저트’가 아니라, 누구나 부담 없이 누리는 ‘나를 위한 한 컵’이에요. 비싸서가 아니라, 비싸 보이는데 안 비싸서 매력적인 거죠. 결국 말차 열풍은 절주(소버 큐리어스)·과학(L-테아닌)·가심비가 음료 한 잔에 압축된 — 이 시대 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 그 자체예요.

마치며 — 패러다임이 아니라, 잔 속 내용물이 바뀌었다

사실 제가 영국에 살던 시절엔 녹차 아이스크림조차 아무리 뒤져도 없었어요. 결국 색깔이라도 비슷한 민트 아이스크림에 빠져 ‘민초파’가 됐죠. 말차는 그림자도 없던 그 나라가, 15년 만에 온통 초록 물결이 됐다니 — 저한텐 그게 가장 놀라워요.

그렇다고 영국인이 홍차를 버린 건 아니에요. 영국인 약 63%는 여전히 매일 차를 마시고, 전 연령대에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홍차)가 압도적이에요. (출처: YouGov) 영국인들의 아침 홍차는 지금도 그대로예요. 바뀐 건 카페로 나간 Z세대뿐이고요.

그러니 “왜 말차인가?”에 대한 제 대답은 이거예요. 말차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이 시대가 원하던 음료의 조건(차갑고, 예쁘고, 건강해 보이고, 안 떨리는)을 말차가 다 갖췄기 때문이라고요. 패러다임이 바뀐 게 아니라, 잔 속 내용물만 커피에서 말차로 바뀐 거죠.

카페에서 초록빛 라떼를 보면서 잠깐 생각해보세요. 내가 마시는 게 정말 ‘맛’인지, 아니면 ‘나를 돌보고 싶은 마음’인지. 둘 다여도 괜찮아요. 어차피 그게 가심비의 본질이니까요. 😊

📌 이 글의 핵심 요약
코스타가 전 매장 말차 출시 — ‘잃어버린 matcha 세대’를 되찾기 위한 방어전
① 소버 큐리어스: 술·커피 자리를 ‘건강해 보이는 음료’가 대체, 말차는 아이스 음료 폭발의 대표 주자
② L-테아닌: ‘안 떨리는 카페인’의 과학 — 단, 사람들은 가루차 맛이 아니라 ‘건강한 단 음료’를 원함
③ 가심비: 색감 + 고급 이미지에 6,100원 대중화까지 — ‘비싸 보이는데 안 비싼’ 작은 사치
결론: 영국인이 홍차를 버린 게 아니라, 카페로 나간 Z세대가 ‘커피 대신 말차’를 골랐을 뿐
📌 참고 출처
🧊 영국 여름·음료 트렌드 시리즈
🍵말차영국 말차 열풍 — 소버 큐리어스, L-테아닌, 가심비← 지금 읽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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