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학 파산(유학생, 한국 대학, 등록금)
글 · 브리스톨 언니(영국품절녀)
요즘 인스타 피드를 넘기다 보면 "영국 대학 파산"이라는 키워드가 자꾸 눈에 들어오지 않나요? 저도 처음엔 호기심에 한두 개 눌렀다가, 알고리즘이 계속 밀어주는 바람에 관련 릴스를 꽤 많이 봤어요. 영국 명문대들이 수백 명씩 교직원을 자르고, 캠퍼스를 폐쇄하고, 학과를 통째로 없애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솔직히 처음엔 "설마 그 영국이?" 싶었어요. 옥스퍼드, 캠브리지의 나라이고, 전 세계에서 유학생이 몰려드는 교육 강국인데 망하기야 하겠나 싶었거든요. 근데 하나씩 파보니 이건 단순한 뉴스가 아니라 구조적인 붕괴의 시작이더라고요.
그리고 더 무서운 건, 한국 대학이 지금 정확히 같은 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에요. 7년 간 영국 브리스톨과 캔터베리에서 살며 현지 교육 생태계를 직접 지켜본 사람으로서,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한국 대학에 어떤 경고를 보내고 있는지 정리해 볼게요.
🍺 영국 경제와 Z세대 시리즈
▸ 1편: 영국 펍 폐업 — 하루 2곳씩 사라지는 현실, 에일 챌린지와 월드컵
▸ 2편: 영국 Z세대가 펍을 죽이고 있다? — BBC 댓글 662개 심층 분석
▸ 3편: 초가공식품(UPF) 거부 운동 — 사도우 빵과 게일스 효과
▸ 4편: 치킨숍과 길거리 음식 문화 — 5파운드로 버티는 Z세대의 현실
▸ 5편: 유명 대학들의 통폐합과 정리 해고 ← 지금 읽고 계신 글
영국 대학 파산, 2026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
숫자부터 볼게요. OfS(Office for Students)의 최신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25~2026 재정 연도에 영국 대학의 45%에 해당하는 124개 기관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어요. OfS란 영국의 고등교육 품질과 재정을 감독하는 정부 규제 기관으로, 한국의 교육부와 대학 평가원을 합쳐 놓은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해요. 이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6개 대학 중 1개는 당장 한 달을 버틸 Liquidity(유동성)조차 부족한 상태라고 해요. 유동성이란 즉시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의 규모를 말하는데, 이게 부족하다는 건 교직원 월급이나 전기세조차 못 낼 수 있다는 뜻이에요 (출처: Office for Students).
영국 하원 교육위원회마저 "정부의 뚜렷한 구제책이 없다면 도미노 붕괴가 일어날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어요. 이게 이름 없는 부실 대학 얘기가 아니에요. 영국의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러셀 그룹 소속 명문대들이 줄줄이 칼바람을 맞고 있거든요. (감원 숫자가 어마어마합니다.)
에든버러 대학교 — 350명 감원, 1억 4천만 파운드 지출 감축
셰필드 대학교 — 614명 규모 대규모 구조조정 진행 중
노팅엄 대학교 — 600명 교직원·연구원 감원 리스트 공개
에섹스 대학교 — 400명 감원, 사우스엔드 캠퍼스 2026년 8월 완전 폐쇄 확정
아버딘 대학교 — 2년간 440명 감원, 석사 프로그램 대거 축소
골드스미스 — 전체 교직원의 25%가 구조조정 대상
우리 부부가 석사 학위를 받은 브리스톨 대학교도 예외가 아니에요. 2026년 2월, 인문학부와 현대언어학부 전체 교직원에게 Voluntary Severance(자발적 퇴직)를 권고했어요. 자발적 퇴직이란 구조조정 시 대학 측이 퇴직금을 제시해 자발적으로 떠나도록 유도하는 제도인데, 9개월치 급여를 주고 알아서 나가라는 거예요. 브리스톨은 그래도 자금력이 안정적인 편인데, 그런 학교마저 이 정도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게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죠.
📌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소식
근데 저한테 정말 충격적이었던 건 브리스톨이 아니라 켄트 대학교(University of Kent) 소식이에요. 남편이 박사 학위를 받은 학교거든요. 켄트 대학교가 이번에 영국 최초의 통합 유니버시티로, 그리니치 대학교와 통폐합된다는 뉴스를 봤을 때 우리 부부 둘 다 적잖이 충격을 받았어요. UCU(교직원 노조) 사무총장은 이 통합을 "합병이 아니라 인수(takeover)"라고 불렀고, 켄트가 "파산 직전(brink of insolvency)" 상태라서 그리니치가 장악한 것이라고까지 했거든요. 2026년 8월 1일부터 법적 통합이 발효되는데, 두 학교를 합치면 학생 수 4만 7천 명에 연간 수입 6억 파운드 규모의 '슈퍼 유니버시티'가 된다고 해요 (출처: University of Kent 공식 발표).
남편은 이 소식에 씁쓸해 하면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영국 대학은 직원 수가 원래 너무 많긴 했어." 그래서 인지 이번에 학교마다 교직원 감원 바람이 거의 폭풍 수준이에요. 자기가 학위 받은 학교가 사실상 통폐합되는 기분이 어떨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거예요.
▲ 남편이 박사 학위를 받은 켄트 대학교 캠퍼스.
2026년 8월, 이 학교는 영국 최초의 통폐합 대학이 된다.
유학생 등록금이라는 마약 — 브리스톨에서 직접 본 것
영국 대학이 이 지경이 된 이유는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하나예요.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에 재정을 올인했다가, 그 파이프라인이 막혀버린 것이에요.
영국 정부는 국내 정치적 부담 때문에 자국민 등록금을 연 9,250파운드(약 1,600만 원)로 10년 넘게 묶어뒀어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질 가치가 26% 넘게 줄어든 셈이죠. 대학 입장에서는 영국 학생을 가르칠수록 손해인 거예요. 이 적자를 메운 게 외국인 유학생이었어요. 자국민의 3~4배에 달하는 등록금을 내는 중국, 인도 학생들이 캠퍼스를 채웠고, 대학들은 그 돈으로 건물을 짓고 교수를 뽑고 연구비를 굴렸죠.
📌 브리스톨 석사 시절, 캠퍼스에서 체감한 것
제가 브리스톨에서 석사를 할 때 유학생 구성 중 가장 많은 나라가 중국, 인도, 그리고 나이지리아였어요. 우리 과는 그래도 영국 및 유럽 학생들의 비율이 훨씬 많아서 동양인 학생이 소수였는데, 학과마다 편차가 정말 컸어요. 경영학과, 법학과 같은 곳은 외국 학생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거든요.
캠퍼스를 걸어 다녀 보면 체감이 확실했어요. 영국 및 유럽 출신 백인 학생들보다 동양인이나 아프리카 학생들을 마주치는 게 더 흔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때는 "영국이 이렇게 다양한 나라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게 대학 재정이 유학생 등록금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풍경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2024년부터 영국 정부가 Net Migration(순 이민자 수)을 줄이겠다며 유학생 비자를 대대적으로 조였어요. 순 이민자 수란 한 해 동안 영국에 들어온 사람에서 나간 사람을 뺀 수치인데, 영국 정부가 이민 정책의 성패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예요. 유학생도 이 숫자에 잡히기 때문에 대학과 정부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 거죠.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게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브리스톨에서 석사를 하던 시절에 그 전조를 직접 봤기 때문이에요.
📌 내가 직접 본 "가족 비자 무임승차"의 현실
제가 석사를 할 당시만 해도 영국은 유학생 가족에게 관대했어요. 1년 짜리 석사를 하러 온 학생이 배우자와 아이들을 다 데리고 올 수 있었거든요. 동반 가족 비자를 받으면 영국에서 일도 할 수 있었고, 아이들은 공립 학교에 무료로 다닐 수 있었고, NHS(국가보건서비스)를 통해 무상 의료 혜택까지 받을 수 있었어요.
캠퍼스 주변에서 이런 가족 단위 유학생을 정말 많이 봤어요. 석사 하는 엄마나 아빠를 따라 온 가족이 영국 복지 시스템의 혜택을 최대한 누리는 거예요. 당시 실제로 논란이 됐던 케이스 중에, 장애아를 가진 어머니가 석사 유학을 명목으로 아이를 데리고 영국에 와서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전부 이용한 사례가 있었어요. 학업이 목적인지, 복지가 목적인지 경계가 모호한 상황이었죠.
영국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건 당연히 화가 나는 일이에요. 전에 제가 속한 어떤 모임에서 영국 할머니가 외국인 엄마에게 세금도 안내면서 공짜로 학교 보낸다고 핀잔을 준 일이 있었어요. 겨우 1년 석사 하면서 가족을 다 데리고 와서, 영국 납세자 돈으로 운영되는 의료·교육·복지 시스템에 무임승차하는 꼴이니까요. "도둑"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이런 분노가 수년 간 쌓이고 쌓여서, 결국 정부가 "이민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동반 가족 비자를 사실상 막아버린 거예요. 갑자기 터진 게 아니라, 오래 곪아온 것이 터진 거죠.
그래서 변한 것들을 보면 — 동반 가족 비자 사실상 차단(석·박사 연구과정만 허용), 졸업 후 취업비자(Graduate Visa) 2년에서 18개월로 단축(2027년 시행), 유학생 1인당 6% 부담금(levy) 신설 예정, 비자 심사 대폭 강화로 거절률 급등. 제가 유학하던 시절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변화예요. 당시에는 가족 데리고 오는 게 너무 자연스러웠고, 영국이 그 정도로 관대한 나라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돌이켜 보면, 그건 관대함이 아니라 시한폭탄이었어요.
결과는 참혹했어요. 2026년 1분기 영국 유학비자 신청이 전년 대비 30% 급감했고, 영국대학국제교류협회(BUILA) 조사에 따르면 대학의 70%가 대학원 유학생 감소를 보고했는데, 평균 감소폭이 31%에 달했어요. 파키스탄 학생은 75%가 사라졌고, 중국 유학생도 17% 줄었고요 (출처: ICEF Monitor / BUILA Survey 2026). 유학생이라는 수입원에 의존하던 대학들에게 이건 곧 재정 절벽이었어요.
한국 대학, 영국의 2010년대를 반복하고 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예요. 한국 대학의 현재 상황을 영국과 나란히 놓으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닮아 있거든요.
영국은 9,250파운드로 등록금 동결. 한국은요? 2009년 이후 사실상 등록금이 묶여 있어요. 반값 등록금 정책 이후 대학들은 정치적으로 등록금을 올릴 수가 없게 됐죠. 인건비와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수입은 제자리 — 영국과 완벽하게 같은 구조예요.
2026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총장 설문조사에서 사립대 총장들이 가장 관심 있는 사안 1위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꼽았어요.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인건비 상승으로 "유학생 유치가 대학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인식한 결과예요. 여기서 학령인구란 대학 입학이 가능한 연령대(18~21세)의 인구를 말하는데, 한국은 이 숫자가 절벽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어요 (출처: 한국대학신문).
숫자로 보면, 2021년 9만 명이 채 안 되던 외국인 유학생이 2025년 25만 명을 돌파했어요. 정부는 2027년까지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고요. 4년 만에 3배 가까이 늘린 셈이고, 더 늘리겠다는 거예요. 경상북도는 "외국인 유학생 1만 명 유치"를 슬로건으로 내걸었고, 전라북도는 지자체-대학 합동 유학생 유치 협의체까지 꾸렸어요. 서울이든 지방이든 할 것 없이 유학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죠.
이건 10년 전 영국이 걸었던 길과 정확히 같아요. 영국도 2010년대에 전 세계에서 유학생을 빨아들이며 황금기를 구가했거든요. 딱 저희 부부가 영국 캔터베리로 갔던 시기입니다. 캠퍼스는 활기가 넘쳤고, 대학들은 유학생 돈으로 새 건물을 짓고 연구소를 확장했어요. 브리스톨 대학교가 5억 파운드짜리 템플 쿼터 캠퍼스를 지은 것도 그 시절의 자신감이었죠. 지금 그 대출 조건 때문에 인문학부 교수들한테 나가라고 하고 있지만요.
지방대 위기도 판박이예요. 영국에서 에섹스, 아버딘 같은 지방대가 먼저 캠퍼스를 닫고 학과를 없앴잖아요. 한국도 2000년 이후 폐교된 대학 19곳이 전부 지방대였어요. 수능 응시생이 2000년 86만 8천 명에서 2021년 42만 6천 명으로 반 토막 났고, 2024학년도 기준으로 대학 정원 대비 입학 가능 인원이 10만 명이 비는 구조적 미달이 이미 시작됐어요. 지방대 입장에서 유학생은 말 그대로 생명줄인 거죠.
등록금만이 아니다 — 한국 유학생은 '노동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과 영국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어요. 그리고 이게 오히려 더 복잡한 리스크를 만들어요.
영국에서 유학생은 기본적으로 "등록금을 내는 사람"이었어요. 자국민의 3~4배를 내니까 대학 재정에 직접 기여하는 캐시카우였죠. 유학생이 영국 경제에서 맡은 역할은 대부분 거기서 끝이었고, 오히려 가족 비자를 통해 복지 시스템에 부담을 주는 쪽이었어요.
한국은 달라요. 지금 한국에 온 유학생들은 단순히 학업만 하는 게 아니에요. 학교를 다니면서 동시에 일을 하고 있어요. 편의점, 음식점, 공장, 물류센터 — 한국은 지금 심각한 노동력 부족 상태이고, 유학생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거든요.
📌 유명 관광지 식당에서 직접 본 풍경
최근에 유명 여행지(지방)를 방문했을 때 식당에 가봤는데, 주인만 한국인이고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외국인 학생들이었어요. 물어보니 다들 그 지방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라고 하더라고요. 학교 다니면서 일도 하고 있는 거예요.
이번에 남편 학교를 방문할 일이 있어서 갔는데, 캠퍼스에 외국 학생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대부분이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다고 해요. 지방일수록 외국 학생들이 더 많았고, 학교 측에서도 유치에 훨씬 더 적극적이었어요.
식당에서 서빙하는 유학생, 캠퍼스를 채우는 외국 학생들 — 이 풍경이 지금 한국 지방대의 현실이에요. 얼핏 보면 윈-윈이죠. 대학은 등록금 수입을 얻고, 유학생은 학비를 벌 수 있고, 한국 경제는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하니까요. 하지만 이 구조에는 영국과는 다른 종류의 시한폭탄이 숨어 있어요.
첫째, "학업"과 "노동"의 경계가 흐려져요. 유학의 본질은 교육인데, 현실에서는 일하러 온 건지 공부하러 온 건지 구분이 안 되는 유학생이 늘고 있어요. 영국에서 가족 비자가 "복지 무임승차" 논란을 일으킨 것처럼, 한국에서는 유학 비자가 "값싼 노동력 확보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는 거죠.
둘째, 여론의 방향이 다를 수 있어요. 영국에서는 "이민자가 복지를 축낸다"는 여론이 폭발했잖아요. 한국에서는 "외국인이 일자리를 뺏는다" 또는 "외국인 범죄" 쪽으로 여론이 돌아설 가능성이 있어요. 방향은 다르지만, 결과는 같아요 — 정부가 유학생 비자를 조이는 거예요.
셋째, 대학이 "교육기관"이 아니라 "비자 발급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어요. 실제로 교육부는 유학생 관리가 부실한 대학에 대해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 심사를 강화하고 있어요.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란 교육부가 대학의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을 매년 평가하여 인증하는 제도로, 인증을 받지 못하면 유학생 비자 발급 자체가 제한돼요. 2025년 기준 비자 발급이 제한된 대학이 학위 과정 16개교, 어학연수과정 4개교에 달해요 (출처: 교육부).
영국은 유학생을 "등록금 기계"로만 봤다가 무너졌어요. 한국은 "등록금 + 노동력"으로 이중 활용하고 있어서 당장은 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무너질 때의 충격도 이중으로 와요. 유학생이 빠지면 대학 재정만 흔들리는 게 아니라 지역의 노동 시장까지 동시에 흔들리는 거거든요.
영국 사례가 한국 대학에 보내는 4가지 경고
영국 사례가 한국에 주는 메시지는 명확해요.
첫째, 유학생 등록금은 "안정적 수입원"이 아니에요. 영국 대학들은 유학생 수입을 마치 고정 수입처럼 취급하고 그 위에 장기 투자 계획을 세웠어요. 새 캠퍼스를 짓고, 교직원을 늘리고, 연구소를 확장했죠. 근데 정부 정책 하나가 바뀌자 그 수입이 1~2년 만에 30%씩 증발해 버렸어요. 유학생 유치는 환율, 비자 정책,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 경쟁국의 정책 등 대학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전적으로 의존해요. 영국이 증명했듯이, 이건 언제든 한꺼번에 꺼질 수 있는 수입원이에요.
3만 6천여 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17.6%예요. 중도탈락률도 2019년 4.7%에서 2023년 7.1%로 계속 오르고 있고요. 중도탈락률이란 입학 후 졸업하지 못하고 중간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의 비율을 말하는데, 이 수치가 오른다는 건 "진짜 공부하러 온 학생"의 비율이 줄고 있다는 신호예요 (출처: 한국대학신문). 유학생이 30만으로 늘어나면 이 숫자도 비례해서 커질 수밖에 없고, 그때 여론이 돌아서면 영국과 똑같은 시나리오가 펼쳐져요.
셋째, 지방대가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무너져요. 영국에서 에섹스, 아버딘이 먼저 쓰러진 것처럼, 한국에서도 비수도권 대학이 가장 취약해요. 유학생들이 원하는 건 서울이지 지방 소도시가 아니거든요. 정부가 지자체와 연계해 지방에 유학생을 유치하려 하지만, 한국어 교육 인프라부터 생활 편의, 취업 연계까지 갖추려면 막대한 선 투자가 필요해요. 투자 대비 유학생이 오지 않거나, 와도 중도에 이탈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대학의 부채가 돼요.
넷째, 교육의 질이 결국 희생양이 돼요. 브리스톨에서는 Voluntary Severance(자발적 퇴직)로 교수가 빠진 자리를 채우지 않으면서 학생들이 수강 할 과목 자체가 사라지고 있어요. 에섹스에서는 캠퍼스가 아예 문을 닫아 재학생들이 멘붕에 빠졌고요. 한국에서도 유학생을 빨리 많이 채우려다 보니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입학 시키고, 교육 인프라는 부족하고, 결국 강의의 질이 떨어지고 중도 탈락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어요.
등록금 동결의 끝 — 한국이 지금 바꿔야 할 것
영국의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아직 한국에는 시간이 있다는 거예요. 영국은 이미 "결과"를 맞고 있고, 한국은 아직 "과정" 중이거든요.
유학생 의존도에 상한선을 둬야 해요. 전체 재정에서 유학생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그건 대학이 아니라 환율과 비자 정책에 목숨을 건 투기예요.
"양"이 아니라 "질"로 전환해야 해요. 30만 명이라는 숫자 목표보다, 졸업 후 실제로 한국에서 취업하고 정착하는 유학생 비율을 KPI로 삼아야 해요. 그래야 유학생이 대학 재정 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하죠. 지금처럼 "머릿수 채우기"로 가면, 결국 불법체류율과 중도탈락률만 올라가고 그것이 여론 악화의 빌미가 돼요.
등록금 현실화 논의를 더 이상 미루면 안 돼요. 영국도, 한국도 "등록금 동결"이라는 정치적 선택이 대학을 유학생 의존 구조로 내몬 근본 원인이에요. 등록금 인상이 정치적으로 어렵다면, 최소한 인플레이션만큼은 반영하는 자동 조정 장치라도 만들어야 해요. 등록금을 영원히 묶어 놓고 유학생으로 돌려 막기 하는 건, 영국이 이미 실패를 증명한 전략이거든요.
지방대는 유학생 유치 말고 다른 축도 만들어야 해요. 지역 산업과의 연계, 평생교육 플랫폼 전환, 대학 간 통합 — 유학생이 아닌 다른 생존 전략도 병행하지 않으면, 파이프라인이 막히는 순간 영국의 에섹스처럼 캠퍼스를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요. 켄트 대학교처럼 다른 학교에 흡수 통합되는 것도 현실적인 미래가 될 수 있고요.
영국이라는 거울 — 한국 대학은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진짜 질문은 이거예요. "한국 대학은 영국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는가?"
자국민 등록금 동결, 유학생 등록금 의존, 지방대 위기, 정부 정책의 엇박자 — 영국이 걸었던 길의 모든 조건이 한국에도 이미 갖춰져 있어요. 거기에 한국은 유학생을 노동력으로까지 활용하는 이중 구조여서, 무너질 때의 충격은 영국보다 더 복합적일 수 있고요. 다만 한국은 아직 영국보다 몇 년 뒤에 있을 뿐이에요.
그 몇 년의 시간 차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그냥 흘려보낸 유예 기간이 될 수도 있어요. 영국이라는 거울을 보면서 우리가 뭘 바꿀 수 있을지, 지금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할 때예요.
남편이 박사 학위를 받은 켄트 대학교가 파산 직전까지 몰려 다른 학교에 흡수되는 걸 보면서, 그리고 우리 부부가 함께 석사를 한 브리스톨 대학교마저 교수들한테 나가라고 하는 걸 보면서, "영국 대학은 영원할 줄 알았다"는 생각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깨달았어요. 한국 대학도 영원하지 않아요. 지금이 바꿀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일 수 있어요.
📌출처
📚 영국 경제와 Z세대 시리즈 더 보기
🍺 영국 펍이 왜 사라지는지 궁금하다면 → 1편: 세금 폭탄과 에일 챌린지
📱 Z세대는 정말 펍을 죽이고 있을까 → 2편: BBC 댓글 662개 분석
🍞 마트 빵을 끊는 영국인들의 이유 → 3편: UPF 거부와 게일스 효과
🍗 5파운드로 버티는 Z세대의 현실 → 4편: 치킨숍과 길거리 음식 문화
🏫 영국 이민자 줄이고, 대학은 파산 → 5편:영국 대학이 없어지고 있는 현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