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배고파"의 "아", 영어에도 있을까

안녕하세요. 영국에서 7년 거주하며 국제학교 IB 한국어 강사로 일했고 브리스톨에서 석사까지 마친, 지금은 한국에서 지내고 있는 브리스톨 언니입니다. 오늘은 한국어의 감탄사 "아"가 영어에도 있는지 이야기해볼게요.

예전에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했던 영국인 친구가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며 물어온 적이 있다. 한국인들은 배부르거나 배고플 때 꼭 "아"를 붙인다는 거였다. "아 배고파", "아 배불러"처럼. 그는 "배불러, 배고파 앞에 왜 굳이 '아'를 넣는 거야?"라고 물었는데, 나는 그때 "그냥 감정을 강조하는 감탄사 같은 거 아닐까, 영어에도 oh my god, oh dear 같은 게 있잖아"라고 두루뭉술하게 답하고 넘어갔다. 그 친구는 끝까지 이해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얼버무렸던 질문

돌이켜보면 나도 정확히는 몰랐다. 그냥 입에 붙은 습관이라고만 생각했다. "아 짜증나", "아 열받아"처럼, 한국어에서 "아"는 부정적이거나 강한 감정 앞에 반사적으로 따라붙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게 영어에도 있는 현상인지, 아니면 한국어(혹은 동아시아 언어) 특유의 습관인지는 그때 제대로 답을 못 했다.

이번엔 찾아보니, 영어에도 있긴 있었다

이번에 다시 찾아보니, 언어학에서는 이런 감탄사를 "primary interjection(1차 감탄사)"이라고 부른다. oh, ah, ugh, ouch처럼 그 자체로 감정을 툭 던지는 단어들이다. 그리고 영어에도 실제로 배고픔·배부름을 강조할 때 감탄사를 앞에 붙이는 표현이 있었다. "Oh God, I'm starving(아 진짜 배고파 죽겠어)"처럼. God이나 Jesus 같은 단어가 앞에 붙는 건 "secondary interjection(2차 감탄사)"이라고 따로 분류하는데, 원래는 다른 품사였다가 감탄사처럼 굳어진 경우다. 그러니 "배고픔 앞에 감탄사를 붙이는" 발상 자체는 영어에도 분명히 있는 셈이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있었다

다만 자세히 보니 결이 다르다. 영어의 "Oh God, I'm starving"에서 "Oh God"은 뺄 수도 있고 안 뺄 수도 있는, 순전히 선택적인 강조 장치다. "I'm starving" 하나만으로도 완전한 문장이고, 감탄사는 그 위에 얹는 양념 같은 거다. 그런데 한국어의 "아 배고파"는 좀 다르다. "아"를 빼고 그냥 "배고파"라고만 해도 문법적으로는 문제없지만, 실제 대화에서는 어딘가 밋밋하고 뚝 끊긴 느낌을 준다. "아"가 있어야 오히려 자연스럽게 들리는, 거의 반사적으로 붙는 쪽에 가깝다.

정리하면, 영어는 감탄사를 "얹고 싶을 때 얹는" 방식이고, 한국어의 "아"는 "안 붙이면 오히려 어색한"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 영국인 친구가 이해 못 했던 것도 이 지점이었을 거다. 그의 언어에서는 감탄사가 선택 사항인데, 내 언어에서는 거의 기본값처럼 붙어 있으니 신기하게 느껴졌겠지.

언어마다 감정이 앉는 자리가 다르다

몇 년이 지나 이 답을 다시 찾아보니, 그때 그 친구에게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었을 텐데 싶다. 감탄사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감탄사가 문장에서 필수처럼 느껴지느냐 선택처럼 느껴지느냐의 차이였다고. 언어마다 감정을 표현하는 문법적 자리가 다르게 자리 잡혀 있다는 걸, 그 사소한 "아" 하나가 보여주고 있었던 셈이다.

📌 참고 출처

· Wikipedia — English interjections
· Oxford Bibliographies — Interjections (Linguistics)
· ESLDesk — English Interjections: Complete ESL Guide
· English Lesson via Skype — "Oh God, I'm starving" 등 배고픔 표현 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