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영국에서 7년 거주하며 국제학교 IB 한국어 강사로 일했고 브리스톨에서 석사까지 마친, 지금은 한국에서 지내고 있는 브리스톨 언니입니다. 오늘은 영국 부부들 사이에 퍼지는 '슬립 디보스' 트렌드를 이야기해볼게요.
몇 년 전 나는 그해 영국 구글 인기 검색어에 올랐던 "스푸닝(spooning)"이라는 단어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숟가락 두 개를 포개듯, 뒤에서 꼭 껴안고 자는 자세 말이다. 그때 나는 신랑의 넓은 등에 딱 붙어야 잠이 온다며, 부부라면 이렇게 붙어 자는 게 사랑의 증거라는 식으로 은근히 예찬했었다. 영국 매체는 그 유행이 왜 그해 갑자기 생겼는지 미스터리라고 했지만, 나는 그냥 다들 스푸닝의 매력을 뒤늦게 알아챈 거라고 혼자 결론 내리며 신나서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최근에 영국 얘기를 다시 찾아보다가, 완전히 다른 흐름을 발견했다. 요즘 영국에서 뜨는 단어는 스푸닝이 아니라 "슬립 디보스(sleep divorce)"였다.
예전엔 붙어 자는 게 사랑이라 썼는데
그때 글에서 나는 스푸닝이 불편해도 좋다고, 체온을 느끼고 친밀감이 쌓이는 기분이 든다고 썼다. 실제로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신랑 등에 붙어야 잠이 잘 온다. 다만 밤새 그 자세를 유지하지는 못하고, 몇십 분 지나면 결국 편한 자세로 돌아간다는 것도 그때와 똑같다. 팔이 저려서 위로 뺐다 아래로 넣었다 하던 그 시절의 고민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요즘 영국은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한다
최근 영국 조사를 보니, 함께 사는 커플 중 약 15%가 이제 각방에서 잔다고 한다. 그중 90% 가까이가 아예 다른 방에서 자는 걸 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코골이였다. 재미있는 건 55세 이상에서 이 비율이 훨씬 높다는 거다. 나이가 들수록 각방을 쓰는 경향이 뚜렷해진다는 얘기인데, 예전엔 각방이 부부 사이가 멀어졌다는 신호로 여겨졌다면, 요즘은 오히려 숙면을 위한 현명한 선택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었다.
완전히 갈라서는 대신 절충안을 택하는 커플도 늘고 있다. 침대는 같이 쓰되 이불만 각자 따로 덮는 방식인데, 원래 북유럽에서는 흔했던 방식이 이제 영국에서도 퍼지고 있다고 한다. 서로의 뒤척임에 방해받지 않으면서도 한 침대에 눕는다는 상징성은 지키는, 딱 중간 지점인 셈이다.
한국은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한국을 보면 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나이가 들수록 따로 자고 싶어 하는 부부가 늘어난다는 점은 영국과 비슷한데, 그 이유가 코골이보다는 그냥 각자의 숙면 습관과 사생활을 존중하고 싶다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주변만 봐도 자녀가 다 크고 나면 각자 방에서 편하게 자는 부부가 꽤 많고, 그걸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반면 아이가 태어나면 완전히 다른 국면이 펼쳐진다. 부부가 각방을 고민하기는커녕, 오히려 아이와 한 침대에서 자는 이른바 co-sleeping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부부의 취침 자세보다 부모와 아이의 취침 자세가 더 중요한 화두가 되는 거다. 결국 한국에서는 '누구와 자느냐'의 기준이 부부 관계가 아니라 아이의 유무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것 같다. 아이가 어릴 땐 셋이 붙어 자다가, 아이가 크면 이번엔 부부가 각자 떨어지는, 말하자면 시기별로 계속 재배치되는 구조랄까.
이렇게 트렌드를 훑어보고 나니, 몇 년 전 내가 쓴 글이 새삼 다르게 읽힌다. 그때는 스푸닝이 정답인 것처럼 썼는데, 지금 보니 그건 그냥 그 시기 우리 부부에게 맞았던 방식이었을 뿐이다. 영국도 예전엔 붙어 자는 게 당연했다가 지금은 각방이 현명한 선택으로 재평가받는 걸 보면, 결국 정답은 없고 그때그때 맞는 방식만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우리도 언젠가 슬립 디보스나 이불 분리 쪽으로 옮겨갈지도 모르겠다. 다만 아직은 신랑 등에 붙어야 잠이 오는 걸 보면, 나는 당분간 스푸닝파로 남을 것 같다.
몇 년 전 나는 그해 영국 구글 인기 검색어에 올랐던 "스푸닝(spooning)"이라는 단어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숟가락 두 개를 포개듯, 뒤에서 꼭 껴안고 자는 자세 말이다. 그때 나는 신랑의 넓은 등에 딱 붙어야 잠이 온다며, 부부라면 이렇게 붙어 자는 게 사랑의 증거라는 식으로 은근히 예찬했었다. 영국 매체는 그 유행이 왜 그해 갑자기 생겼는지 미스터리라고 했지만, 나는 그냥 다들 스푸닝의 매력을 뒤늦게 알아챈 거라고 혼자 결론 내리며 신나서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최근에 영국 얘기를 다시 찾아보다가, 완전히 다른 흐름을 발견했다. 요즘 영국에서 뜨는 단어는 스푸닝이 아니라 "슬립 디보스(sleep divorce)"였다.
예전엔 붙어 자는 게 사랑이라 썼는데
그때 글에서 나는 스푸닝이 불편해도 좋다고, 체온을 느끼고 친밀감이 쌓이는 기분이 든다고 썼다. 실제로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신랑 등에 붙어야 잠이 잘 온다. 다만 밤새 그 자세를 유지하지는 못하고, 몇십 분 지나면 결국 편한 자세로 돌아간다는 것도 그때와 똑같다. 팔이 저려서 위로 뺐다 아래로 넣었다 하던 그 시절의 고민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요즘 영국은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한다
최근 영국 조사를 보니, 함께 사는 커플 중 약 15%가 이제 각방에서 잔다고 한다. 그중 90% 가까이가 아예 다른 방에서 자는 걸 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코골이였다. 재미있는 건 55세 이상에서 이 비율이 훨씬 높다는 거다. 나이가 들수록 각방을 쓰는 경향이 뚜렷해진다는 얘기인데, 예전엔 각방이 부부 사이가 멀어졌다는 신호로 여겨졌다면, 요즘은 오히려 숙면을 위한 현명한 선택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었다.
완전히 갈라서는 대신 절충안을 택하는 커플도 늘고 있다. 침대는 같이 쓰되 이불만 각자 따로 덮는 방식인데, 원래 북유럽에서는 흔했던 방식이 이제 영국에서도 퍼지고 있다고 한다. 서로의 뒤척임에 방해받지 않으면서도 한 침대에 눕는다는 상징성은 지키는, 딱 중간 지점인 셈이다.
한국은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한국을 보면 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나이가 들수록 따로 자고 싶어 하는 부부가 늘어난다는 점은 영국과 비슷한데, 그 이유가 코골이보다는 그냥 각자의 숙면 습관과 사생활을 존중하고 싶다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주변만 봐도 자녀가 다 크고 나면 각자 방에서 편하게 자는 부부가 꽤 많고, 그걸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반면 아이가 태어나면 완전히 다른 국면이 펼쳐진다. 부부가 각방을 고민하기는커녕, 오히려 아이와 한 침대에서 자는 이른바 co-sleeping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부부의 취침 자세보다 부모와 아이의 취침 자세가 더 중요한 화두가 되는 거다. 결국 한국에서는 '누구와 자느냐'의 기준이 부부 관계가 아니라 아이의 유무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것 같다. 아이가 어릴 땐 셋이 붙어 자다가, 아이가 크면 이번엔 부부가 각자 떨어지는, 말하자면 시기별로 계속 재배치되는 구조랄까.
이렇게 트렌드를 훑어보고 나니, 몇 년 전 내가 쓴 글이 새삼 다르게 읽힌다. 그때는 스푸닝이 정답인 것처럼 썼는데, 지금 보니 그건 그냥 그 시기 우리 부부에게 맞았던 방식이었을 뿐이다. 영국도 예전엔 붙어 자는 게 당연했다가 지금은 각방이 현명한 선택으로 재평가받는 걸 보면, 결국 정답은 없고 그때그때 맞는 방식만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우리도 언젠가 슬립 디보스나 이불 분리 쪽으로 옮겨갈지도 모르겠다. 다만 아직은 신랑 등에 붙어야 잠이 오는 걸 보면, 나는 당분간 스푸닝파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