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 진짜 쓰는 표현들

안녕하세요. 영국에서 7년 거주하며 국제학교 IB 한국어 강사로 일했고 브리스톨에서 석사까지 마친, 지금은 한국에서 지내고 있는 브리스톨 언니입니다. 오늘은 영국에서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진짜 쓰는 표현들을 이야기해볼게요.


전에 나는 영국에서 자주 듣는 질문과 표현들을 정리한 적이 있는데, 그건 대부분 통성명 이후, 그러니까 이미 대화가 좀 진행된 다음의 이야기였다. 오늘은 그 앞 단계, 정말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그 몇 초만 따로 떼어서 들여다보려 한다. 이 순간에만 쓰는 표현들이 따로 있더라.

악수는 하는데, 짧고 가볍다

첫 만남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건 말이 아니라 동작이었다. 영국인들은 처음 만나면 악수를 하긴 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고 가볍다. 손을 한 번 위아래로 흔들고 바로 놓는 정도. 처음엔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서 조금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정석이었다. 포옹은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면 첫 만남에서 절대 안 한다. 오히려 나 역시도 친하지 않는 사람과 친한 척 하면서 포옹하거나 신체를 터치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영국인들의 거리감이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Nice to meet you" 다음에 오는 진짜 표현들

"Nice to meet you"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 다들 안다. 그런데 실제로 영국인들과 부대 끼며 들어보면 훨씬 다양한 표현이 오간다. "Lovely to meet you"는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좀 더 따뜻한 느낌으로 자주 쓴다. 격식 있는 자리에서는 "It's a pleasure" 혹은 "Pleasure to meet you"도 흔하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 중에는 아직도 "How do you do?"라고 인사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진짜 질문이 아니다. 대답도 "I'm fine, thanks"가 아니라 똑같이 "How do you do?"라고 되돌려주는 게 정석이라, 처음 들었을 땐 서로 같은 말만 반복하는 웃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 교과서에 나오는 표현이라 다들 알 것 이다~)

날씨 얘기, 그리고 지역마다 다른 애칭

영국인들과 첫 만남에 정적이 흐르는 그 순간을 채우는 만능 카드는 역시 날씨다. "Bit chilly today, isn't it?", "Lovely weather we're having" 같은 말들이 낯선 사람 사이의 어색함을 깨는 단골 멘트다. 신기한 건, 이 말에 정말 날씨 얘기로 진지하게 답하기보다는 그냥 가벼운 리듬을 맞춰주면 된다는 거였다.

재미있게도 무더운 날엔 다들 "hot"이라는 말은 잘 안 쓴다. 대신 "It's boiling"이라는 표현을 가장 흔하게 듣는다. 조금 더 캐주얼하게는 "It's roasting"이라고 투덜대고, 뉴스에서 폭염을 다룰 때는 "It's scorching"처럼 훨씬 강렬한 단어가 등장한다. 여기에 습하고 끈적한 날씨엔 따로 "muggy" 라는 단어를 쓰는데, 이 말이 나오는 날이면 다들 유독 더 힘들어했다. 날씨 하나를 표현하는 데도 이렇게 세분화된 단어가 있다는 게, 날씨 얘기를 유난히 사랑하는 '영국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역마다 낯선 사람을 부르는 애칭이 다르다는 것도 살면서 알게 됐다. 어딜 가나 흔한 건 mate, love다. 처음 보는 카페 직원이 "Here you go, love"라고 하거나, 낯선 남자가 "Cheers, mate"라고 하는 걸 듣고 처음엔 되게 친한 척한다고 느꼈는데, 그냥 그 지역의 인사 방식이었다. 브리스톨에서는 "me lover""me babber" 같은 특유의 표현도 들을 수 있는데, 처음 듣는 사람은 무슨 뜻인지 몰라 당황하기 십상이다. 다른 지역에 가면 duck, pal, chuck처럼 또 다른 애칭이 쓰이니, 이런 표현들도 알아두면 좋겠다.

헤어질 때도 표현이 따로 있다

첫 만남이 끝날 때도 정해진 표현들이 있다. "Take care", "Have a good one", "Catch you later" 정도가 흔하고, 다시 만날 걸 기대하는 자리라면 "See you around"를 많이 썼다. 격식 있는 자리라면 "It was lovely meeting you"로 마무리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이 표현들을 하나씩 배워가면서 느낀 건, 결국 중요한 건 단어 자체가 아니라 그 짧은 순간의 리듬이라는 거였다. 상대가 던진 가벼운 말에 너무 진지하게 답하지 않고, 비슷한 무게로 가볍게 받아주는 감각. 그걸 몸에 익히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지만, 지금은 낯선 영국인을 만나도 그 첫 몇 초가 더는 어색하지 않다. 이런 것이야말로 영국에서 살면서 몸으로 터득하는 자연스러운 영어가 아닌가 싶다